軍 대북심리전 ‘이상기류’, 북한·야권 눈치보나

정부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나흘 만인 지난달 24일 ‘대북심리전 재개’를 선언했다. 6년만이다. 주요 내용으론 대북 FM방송, 확성기 방송, 전광판, 대북 전단 등이다. 북한의 ‘아킬레스 건’을 타격해 46명의 희생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는 단호한 결정 중 하나였다.


그런데 웬걸, 조치 발표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대북 전단 배포의 ‘잠정 보류’ 결정이 났다. 대북 전단에 대한 북한의 격한 반응과 정치적 상황(6.2지방선거), 기존 민간단체들이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 고려된 일종의 ‘숨 고르기’로 읽혀졌다.


그런데 최근 군의 심리전 행보를 보면 ‘이상기류’가 확인되고 있다.


이미 11곳에 확성기 설치를 완료한 군은 방송 재개 시점을 유엔 안보리 조치 이후로 사실상 미뤘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11일 “한국과 미국 모두가 유엔 안보리 조치가 끝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해 홀딩(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광판 설치도 ‘비용 문제’를 이유로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군 당국이 ‘비용 문제’를 이유로 설치에 4~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했던 만큼 사실상 ‘철회’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안보리 회부 등 대응에 있어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한편에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과 6.2지방선거 승리를 등에 업은 민주당 등의 ‘전쟁위기론’ 확산에 정부가 부담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 야권의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다.


실제 북한군 총참모부는 12일 우리 군의 휴전선 지대 심리전 확성기 설치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서울 불바다’를 내다본 군사 타격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군사도발 가능성을 상기시켜 남한의 위기 심리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도 임시국회와 토론회 등에서 남북관계 위기를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돌리면서 대북 강경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야권은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안팎의 장애물에 직면한 정부가 ‘한 발 후퇴’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아 유엔안보리 협의 결과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의 단독대응 수위를 낮추는 것은 오히려 북한과 야권의 평화공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시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 ‘확성기를 세우면 격파사격을 하겠다’ ‘서울 불바다’ 등의 엄포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도 사실상 우리의 심리전에 걸려들었다는 반증인데 개시조차 망설이며 오히려 ‘역공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군사적·비군사적 단호한 대응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일관되고 원칙 있는 대응으로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심리전 관련한 군의 최근 행보는 장기적 대응전략에 따른 ‘속도 조절’로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북한과 야권 눈치 보기’라는 불안도 상존한다. 최근 감사원 조사결과 ‘어뢰피격 보고 누락’ ‘합참의장의 문서 조작’ 등 군의 ‘책임모면’을 위한 눈치 보기는 군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초기 대응에서 문제를 드러낸 군이 대북 심리전 축소·철회 등 후속 대응에서도 원칙을 무너뜨리는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군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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