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유도무기가 단순 ‘발사체’?…전문가 “안보 위협 가볍지 않아”

軍, 美국방대행 '北 미사일' 발언에 "공식 분석 아닐 것"

20190504_김정은 화력훈련 참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동해해상에서 진행된 전연 및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 4일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를 두고 미사일이냐 아니냐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북한의 발사체를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언급했다.

섀너핸 대행은 9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전화로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은 북한 도발 직후 최초 상황보고에서 발사체를 로켓과 미사일로 추정한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한미 공조 하에 분석 중”이라는 중립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오늘(9일) 정례브리핑에서 섀너핸 장관 대행의 발언과 관련된 질문에 “섀너핸 장관 대행이 발언한 그 시점은 지난 4일에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당시에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그렇게 받았다는 것이라고 답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 부 대변인은 “지금 분석결과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지난 4일 군사 훈련을 도발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현재 분석 평가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4일 사건 발생 직후 합참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미사일 세부 사항을 한미 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발표했으나 약 40분 뒤 불상의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한 바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우리 군이 초기엔 ‘미사일’로 판단했으나 남북관계 등 정무적 상황을 의식해 ‘발사체’로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국방부”라며 “청와대는 그러더라도(발사체라는 중도적 표현 쓰더라도) 전쟁을 치러야 하는 군은 정무적 판단보다도 명확하게 분석 결과를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북한이 지난 4일 화력타격훈련에서 발사한 대구경장거리방사포는 240mm와 300mm로 한반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무기인 것으로 평가된다. 30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대략 200km까지 달해 서울과 오산, 평택 등 경기도 전 지역이 사거리 안에 있다. 또 240mm와 300mm를 혼합해 여러발 쏠 경우 방어가 쉽지 않다.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이에 김 교수는 “방사포 240mm와 300mm는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는 핵심 무기”라며 “한국에 주는 안보 위협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더욱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 중 하나는 러시아가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다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술유도무기는 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도 등장한 바 있어 신형 무기 시험이 아니라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이스칸다르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500km에 이르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이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인정할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현재까지 진행돼 온 북한 비핵화 협상의 판이 깨질 위험성도 높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군사 훈련으로 비핵화 대화의 판을 깰 생각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적으로 자신들은 양보하지도 않고 불복하지도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판은 깨지 않겠다는 수위조절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한 내부적으로는 작년 평창 이후 남북, 북미 관계를 의식해 큰 훈련을 안했기 때문에 군 대비태세강화와 군 사기 증진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인민들에게도 안보 분야를 최고지도자가 챙기고 있다는 불안감 해소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이번에 우리 군대가 진행한 훈련은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킨 것도 없다”며 “어느 나라나 국가방위를 위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서 일부 나라들이 다른 주권국가를 겨냥하여 진행하는 전쟁 연습과는 명백히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김태우 교수도 “짧은 사거리의 방사포와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볼 때 미국을 자극하는 선은 넘지 않은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이 추가 제재에 들어가진 않도록 하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입장을 수용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도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우리에게 당치않은 험태기를 씌워보려고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남조선(한국) 군부만은 우리에 대해, 특히는 북남군사분야의 합의에 대해 일언반구할 체면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특히 “국제사회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도 이번 훈련을 두고 중장거리 미사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도 아닌 만큼 약속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남측에서 황당무계한 소리들이 나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남측 군 당국은 횡설수설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남 비난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