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귀순선박 ‘식별’ 지연

군 당국은 지난 1일 오후 3시20분께 동해 상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 11명을 태운 전마선을 탐지했지만 확인 요청은 약 2시간 30분이 지난 후에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북한 주민을 태운 전마선은 북한군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함경북도의 한 항구를 출발해 250여㎞ 떨어진 공해까지 나갔다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 11명이 승선한 3t짜리 전마선(소형 고기잡이배)은 지난달 27일 밤늦게 북한을 출발, 북한 육상과 경비정의 레이더를 피해 동남방 250여㎞ 지점까지 항해하다 다시 서남방으로 선회해 남측 영해로 진입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전마선은 고기잡이 어선을 가장해 밤늦게 출항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북한군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위해 육지에서 최대한 멀리 항해하다 다시 우리 영해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선박은 해군 경비정의 레이더망 거리의 2배 이상 돌아서 들어왔으며 해군 경비정은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경계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공해를 통해 멀리서 돌아들어 오는 배를 100% 감지하긴 어렵다”며 “선박이 지상 레이더망 범위내에 들어섰을 때 육군이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박은 당초 알려진 시간보다 24분 정도 앞선 오후 3시22분께 강릉 앞바다에서 육군의 강릉기지 레이더망에 포착됐으며 군은 이를 `미식별 선박’으로 분류해 즉각 해경에 통보하는 동시에 항로를 계속 추적했다.

하지만 군은 해당 의심 선박에 대한 확인 요청은 하지 않고 배의 모양 등을 감안해 이를 근방에서 조업하던 우리 측 선외기(모터가 외부에 장착된 선박) 어선 중 하나로 판단해 `해당 해역에 선외기가 모두 몇 척이냐’고 물었고 해경은 `7척의 선외기 선박이 있다’고만 통보했다.

이기식(준장) 합참정보작전처장은 “육군이 해당 선박을 포착한 뒤 미식별 선박으로 분류해 추적하는 동시에 선박의 모양 등을 분석해 남한 선외기 선박으로 판단, 해경에 선외기 선박의 현황을 문의해 `7척이 남아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전마선은 강릉 앞바다에서 주문진 앞바다 쪽으로 해안선에 근접하면서 북상했고 군은 인근지역 부대로 이를 전파하면서 계속해서 추적했다.

군은 전마선이 계속해서 북상하자 오후 5시50분께 해경에 해당 선박에 대한 직접 확인을 요청했고 주문진 해역에 해경이 출동, 귀순 북한 어선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해 주문진항으로 유도했다.

이에 앞선 오후 6시1분께 의심 선박에 대한 주민 신고가 주문진 해경파출소와 군에 들어왔고 해경 측은 “우리도 육안 식별해 순찰선을 출항시켰으니 확인 뒤 알려주겠다”고 답했다고 군은 밝혔다.

북한 선박이 주문진 해안 300m까지 근접할 때까지 우리 군이나 해경의 검문.검색이 전혀 없었던 데 대해 군은 “군 레이더 탐지범위 밖에서 그 범위 내로 선박이 진입하면 미식별 선박으로 분류하는데, 애초 군 레이더에는 북한 선박 외에 여러 척의 미식별 선박이 있었고, 이 경우 선박 가까이 군.해경 함정이 있으면 검문을 하지만 다수는 추적을 하면서 항구에 들어온 뒤 해경이 최종 식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식별 선박이 이상행동을 보이면 선박 주의보를 발령하는데 북한 선박은 다른 배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항해를 했으며, 당시 이동속도는 9㎞ 안팎이었다”며 “간첩선의 경우 속도가 빠르거나 우리 선박을 회피하는 등 이상행동을 하는데 이런 경우 선박 주의보를 내려 최단시간 내에 식별하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귀순 북한 선박이라 해도 해안 코앞까지 올 때까지 전혀 검문.검색을 하지 않은 것은 국민적인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군과 해경의 의심선박 식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