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통일부, NLL 재설정 신경전 양상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와 관련, 군과 통일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 이어 통일부 당국자들이 NLL 문제에 유연성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군 관계자들은 ‘NLL이 해상경계선이란 원칙은 확고하다’고 반박하면서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남북간 군사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

특히 ‘NLL은 영토가 아니라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한 이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NLL 논란은 군과 통일부가 마치 ‘감정싸움’을 하는 양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장수 국방장관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이 장관의 ‘서해교전 방법론 반성’ 발언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 뒤 하루 만에 통일부 당국자들이 국정브리핑에 NLL 재설정 논의에 유연성을 가질 것을 주문하는 글을 기고한 것이 이런 조짐의 징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익표 통일부 정책보좌관은 22일 국정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NLL에 대한 우리 내부의 논의나 남북 간의 협의를 더 이상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NLL이 조금이라도 변경될 경우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기웅 통일부 평화체제팀장도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서해 불가침경계선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생기는 것으로 과장한다면 영원히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찾을 수 없다”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조차 북측에 일방적으로 큰 양보를 하는 것처럼 매도한다면 참으로 어리석고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글은 NLL 재설정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군과 NLL 재설정 논의에 반대하고 있는 보수단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확실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쾌하다’는 표정은 숨기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NLL을 두고 마치 정부 부처가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쳐져서는 안된다”면서도 “(NLL 재설정 주장은)좀 그렇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상경계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은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나와 있다”며 “그러나 해상경계선을 재설정하는 문제는 군사적 신뢰관계가 상당부분 진척된 뒤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군사적 신뢰구축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NLL을 재설정하는 논의가 시작되면 북측 주장에 끌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군 관계자들은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논의를 시작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또는 고위급회담에서 이를 매듭짓는 것이 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내부에는 군 관계자들의 이런 불만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 보인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장성급회담 등에서 우리 군이 밝힌 입장도 NLL에 대해 협의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다른 의제들과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두 당국자가 쓴 글의 취지도 NLL 재협상 자체를 막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군의 입장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당국자들은 김장수 장관이 이재정 장관의 `서해교전은 방법론상 반성할 점이 있다’는 발언에 대해 지난 21일 국회에서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것과 관련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통일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방장관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좀 너무하다”면서 “통일부에 이 장관의 발언 취지 등에 대해 묻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과 통일부의 미묘한 신경전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의 안보 전문가는 “남북간에 합의된 해상경계선은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연구하는 것이 선차적인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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