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출신 탈북자 “‘17세 女軍 총격’ 불가능”

정부 당국이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53) 씨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군이 17세의 신참 여군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군 출신 탈북자들은 일선(최전방) 지역에 여성이 전투병으로 배치되는 경우는 없다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17일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최종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박 씨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 군인은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17세 여성”이라고 보도하며, 현재 정보 당국에서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유북한군인연합 임천용 대표는 “북한군에서 일선에 배치되는 여군들은 군의소(의무반)의 간호원들이나, 통신부대의 교환원뿐이고 이외에는 여성들을 배치하지 않는다”며 “최전선에 여군이 배치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여자들이 전투인원으로 가는 곳은 고사총이나 고사포 중대로 후방 부대 쪽”이라며 “특히 남쪽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임의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금강산 지역에 여성을, 그것도 17세의 초병을 배치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군 소좌(소령) 출신인 차성주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남한의 관광지와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잘 훈련된 민경부대(민사행정경찰대) 출신이 배치된다”며 “김정일이 ‘금강산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정예화된 부대가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군이 군사시설을 지키는 일반 초병이 아닌 민경부대에서 차출해 구성한 ‘금강산경비대(경비대)’ 소속 군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여군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 국장은 “민경부대에 차출될 때부터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군이 있더라도 통신부대나 고사총 부대나 있지 보병 부대의 전투원으로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은 17살 여군이 모르고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함경남도 지역에서 7년간 군복무를 했던 여군 출신 탈북자 이은주(가명) 씨는 “여자들은 주로 후방으로 배치를 받기 때문에, 전방 지역에는 여군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97년 무렵부터 여군으로 이뤄진 보병 부대가 창설되기는 했지만 전방 쪽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군 생활을 했던 탈북자 최형철(가명) 씨도 “여자 부대는 일선 지역에 거의 주둔을 시키지 않는다”며 “있다고 하면 병원이나 통신부대 쪽에서 근무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특히 초병이, 그것도 여성 초병이 새벽 시간에 경계 근무를 섰다는 북한 측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 대표는 “보통 보초는 2인 1조로 근무에 나서고, 단독 보초는 잘 안 세운다”고 말했고, 차 사무국장도 “17세의 초병을, 그것도 여자 초병에게 야간 근무를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국장도 “금강산처럼 예민한 지역에는 고도로 훈련된 고참이 나갈 수 있고 신참은 나가지 못한다”며 “여성의 경우 야간 잠복은 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주 씨는 “여성 부대의 경우에는 순번에 따라 교대로 보초 근무에 나서기 때문에 밤에도 경계를 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남성 상관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경계근무는 여성끼리만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17세의 여성 초병이 박 씨를 저격한 것이라면, 피격 후 숲 속에서 나와 박 씨를 툭툭 건드렸다는 3명의 군인(유일한 목격자 이인복 씨 증언)도 모두 여군이어야 한다는 것.

최 씨 또한 “남자와 여자는 보초를 설 때 무조건 따로 따로 나가야 한다”며 “전방이라면 실탄도 지급하는데 여성 초병 혼자 (상황을 판단)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21일 금광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피해자인 고 박왕자 씨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 군인이 17세 여군이라는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관련 사실이 접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 씨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 군인이 17세 여군이라는 보도는) 합동조사단에서 확인한 결과 관련 내용이 접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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