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에서 권력 쌓고 ‘총소리’ 울려 내부 통제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김정은은 지난 1년간 빠른 속도로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십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김정일과 비교했을 때 다급해 보이는 행보로 평가된다.


지난 2008년 뇌졸중으로 한 차례 쓰러졌던 김정일의 건강 문제도 있겠지만 불안정한 북한의 대내외 환경도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특히 후계자 공식 등장 전후 자신의 권력 기반 구축과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군과 보위기관 장악을 우선 추진했다. 국방위원회에 속해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제1부부장 우동측)에 지휘권을 갖고 주민통제를 직접 통솔하고 있다는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김정일이 당기관인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를 통해 지도력을 쌓아갔던 것과 달리 김정은이 군·보위기관을 후계 세력 구축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대내적인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대미문의 ‘3대세습’에 따른 대내외 반발과 신구(新舊)권력 교체기 대립 가능성, 김정일의 건강 악화 등을 감안해야 하는 조건에서 권력을 핵심적으로 지탱하는 군부를 먼저 장악하는 것은 사활적 과제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은의 군·보위기관 중시는 지난 1년 간의 공개활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일부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당대표자회 이후 총 100회(2011.9.26 기준)의 김정은의 공개활동 중 군사분야가 26회로 가장 많았다. 경제분야 25회, 대외 10회, 기타 분야가 39회였다.


김정은, 군(軍) 장악 순조로워 보여…반발 거의 없는 듯


김정은은 김정일의 지원 아래 군 부대 개편과 작전 분야에서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보안기관의 조직과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 부대 지휘관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30~40대로 교체해 자연스럽게 군내 지지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군 부대 지휘관을 교체하면서 고위 간부에 대한 숙청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류경 보위부부장의 해임과 처형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있어 군부의 핵심 후견 세력은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은이 군·보안기관을 먼저 장악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군과 보안기관이 권력기반을 쌓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1995년 선군정치를 시작했던 주요 군부 인물이 제거되고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됐다. 이렇게 교체된 인물들이 김정은에게 충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지휘부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함으로써 김정은의 측근세력 구축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김정은의 군·보안기관 장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군에서도 김정은을 잘 보위하자는 사상교육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군 내에서의 반발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군, 보안기관 장악은 “2009년 4월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 임명돼 내부통치를 실시하면서 가능해졌다”면서 “국경지역의 비사검열은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김정은의 지휘통제 하에서 내부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후계체제 수립 과정은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상화 선전을 통해 지배 엘리트와 인민들의 ‘충성 서약’을 강요함과 동시에 군·당·보위기구 등을 이용한 물리력 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80대인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국회의장 격)과 김기남 당비서가 김정은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김정은의 권위를 세우는 동시에 파워 엘리트들이 김정은을 지도자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김정은 후계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예방차원의 대대적인 숙청과 군사적 도발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오 연구위원은 “지배 엘리트들의 반발을 사전에 통제하기 위해서는 숙청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다”며 “도전과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고 한편으로는 자기 사람 심기를 병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정은이 군의 정책 결정에 깊이 개입,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군이 호전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군에 대한 개입력이 커 갈수록 무력 도발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2012년 한·미·중 모두가 중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제 정세의 혼란을 틈타 강성대국 진입을 자축하는 도발카드를 꺼낼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김정은 “총소리 울려라” 공개처형 세 배↑…경제 실패 등 표면화


김정은은 또한 내치 면에서 밀수와 탈북 등 비사회주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내부통제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검열대를 조직해, 지방에 파견하는 한편 공포통치의 강도를 높였다.


이와 관련 김정은 등장 이후인 올 해, 전 해인 2010년에 비해 공개처형이 세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일연구원은 탈북자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11’을 통해 올 한 해 52명 이상이 공개처형된 것으로 추정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전국에 총소리를 울려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도 하다.


김정은은 2009년 말 단행된 화폐개혁 등 시장 통제 정책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화됐으며, 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위험스러울만큼 높아지고 있다. 결국 주민들을 지도자에 대한 충성보다 돈벌이에 내몰게 한 결과만 초래했다.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공언한 2012년, 배급을 늘려 민심을 얻겠다는 김정은의 승부수는 해외공관을 통한 ‘식량 구걸외교’로 이어졌다.


평양 10만호 건설사업도 재정난에 물자와 인력 부족까지 겹쳐 목표를 1/4수준까지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자재 부족 등으로 작업 속도가 늦어지며 이마저도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오 연구위원은 “경제분야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북한의 경제문제는 지금의 체제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적 위기는 지도자의 능력보다 시스템의 문제가 본질”이면서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게 북한 경제의 오늘”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함에 따라 후계자에게 책임을 돌아가지 않도록 탈출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대북 전문가는 “후계체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경제분야는 경제일꾼이 담당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그 책임을 떠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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