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안보강연 분위기, 美비난-北두둔”

위장 탈북 여간첩 원정화 씨가 50여 차례 군 안보강연에 나선 것으로 밝혀져 군 안보교육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군 안보강연에 출연했던 탈북자들조차 우리 군 안보의식과 정신교양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군 안보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 군 장병들의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탈북자 강연을 안보교육의 기회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군 안보강연에 출연했던 탈북자들은 일반 병사들이 북한에 관심이 거의 없고, 장교들은 안보강연을 ‘세뇌교육’ 쯤으로 폄훼하면서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우리 군의 상황이 이 지경이니 여자 간첩이 남한 군인들 앞에서 북핵 자위론을 주장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사병들, 탈북자 이야기 잘 믿지 않아

탈북 군인 출신으로 한때 군 안보강연에 출연하다가 그만 둔 박철근(가명)씨는 “참가한 사병들은 열심히 듣기는 하지만, 군대 조직의 특성 때문인지 추가 질문이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솔직히 병사들 자체가 북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적’이라는 개념도 없어 보였다”고 털어 놨다.

그는 “탈북자들의 경우 강의비용으로 20여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받을 수 있지만 강연 분위기 때문에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박 씨는 “강연회에 참가한 병사들이 우리 탈북자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다”며 “강연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탈북자의 강연에서 병사들이 배우려는 노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형식적으로 듣는 것은 병사들보다 장교들이 더 하다”며 “장교들이 그런 판에 병사들은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일부 장교들은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을 두둔해

또 다른 탈북자 정광진(가명)씨도 “군인들 사이에서 미군을 주적으로 꼽는 사람이 60%가 넘는다고 하는 판에 우리 같은 탈북자들이 강연에 나설 기분이 들겠냐?”며 “돈 욕심 때문에 광대놀음을 하는 것 같아 스스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사들과는 직접 이야기를 못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장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상당히 불쾌한 경우가 많았다”며 “장교들 자체가 북한에 대해 주적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일반적으로 한국 군 장교들의 경우 북한에 대한 태도가 세 가지”라며 “하나는 낙후하고 굶어죽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니 자신들의 경쟁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간 전쟁은 해 봐야 결과를 안다며 진지한 태도, 마지막으로 ‘탈북자들이야 어차피 북한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니 자기 입장만 이야기 한다’며 안보강연 자체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장교들의 경우 안보강연을 ‘세뇌교육’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이런 장교들은 ‘양쪽(남북한)실정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는 구실을 붙여가며 은근히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을 두둔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객관적 평가라는 구실로 미국을 비난하면 오히려 좋아하고, 북한이 좋다고 하면 다행스러워 하는 장교들이 적지 않다”며 “우선 장교들부터 인식을 고치지 않으면 북한과 전쟁하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정훈장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이 없다”며 “한번은 내가 ‘북한 주민들이 죽을 먹고 살고 있다’고 말하자 ‘밥이 싫증나서 죽을 먹는게 아니냐?’며 농담을 건네던 장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경찰, 군인보다 진지하고 북한 실태 고민 많아

일선 경찰들에 대한 안보강연 경험을 갖고 있는 탈북자 안철영(가명)씨는 “경찰들이 오히려 군인들 보다 낫다”며 “경찰 강연은 군인들처럼 많은 인원을 강당에 모여 놓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훨씬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안 씨는 “한번은 인천 쪽 경찰서에 강연을 갔었는데, 경찰들은 ‘북한 주민들이 고기잡이를 하다가 이따금씩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너무도 못 먹고 힘들게 사는 것 같다’며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들은 ‘김정일이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며 북한체제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한 경찰 간부는 북한의 급변사태 시 ‘치안 대책’을 물어와 매우 인상에 남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좀 거북한 표현이지만, 가끔 죄를 지어 감옥살이를 하는 일부 탈북자들을 직접 접하는 경찰들이 북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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