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北세력, “민노 분당은 미국의 와해전략”

‘‘종북주의’ 청산을 밝힌 민주노동당 비대위의 ‘혁신안’이 부결되면서 급속하게 분당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관련, 친북세력들이 이를 ‘미국의 민노당 와해 전략’으로 분석해 눈길을 끈다.

친북세력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이날 윤한탁, 권오창, 김승교 상임대표 특별호소문을 통해 “일부 반북세력의 분열책동을 분쇄하고 민주노동당을 사수, 강화하자”고 강변했다.

이들은 민노당의 최근 탈당 러시와 분당 움직임이 미국의 한반도 지배체제 유지를 위한 진보세력 와해 전략으로 규정했고, 조승수, 김형탁, 한석호, 진중권 등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을 ‘반북∙사이비 진보세력’으로 명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종북주의 논쟁을 ‘시대착오적이다’ 일심회 출당 요구를 ‘진보판 마녀사냥’이라고 설명하면서 “반북세력이 진보운동을 내부로부터 와해하는 분당놀음을 벌여 놓고 진보진영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조승수 전 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신당’을 두고 “진보운동을 안으로부터 와해, 말살시키려는 미국의 책동에 교묘하게 활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호소문을 통해 그 동안 ‘우리민족끼리’를 앞세우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따른 ‘북핵 자위론’ 등을 설파했던 자주파(NL)의 속내가 여실히 들어났다는 지적이다. 모든 한국사회의 모순을 미국의 제국주의 책략으로 보면서 ‘반미’가 그들의 최대의 과제임을 밝힌 셈이다.

반면, 자주파에 대한 평등파의 ‘종북주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 “당 내 자주파는 북한을 본사로 모시고 있는 판”이라며 “일심회 사건에서도 북한은 본사, 민노당은 지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자주파는 북한을 상전으로 모신다고 보면 된다”며 “그들은 남한은 미제의 식민지고 북한은 자주적이라고 본다. 북한이 자주적이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자주적이지 못한 남한을 해방시킨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을 중심으로 남한에 통일 전선을 구축해 미 제국주의자를 몰아내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며 “북한에서 굶주림을 피해 압록강을 건너다가 익사하는 사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남한에서는 여름에 익사자가 없냐고 되묻는 식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대위 혁신안 부결’에 따른 당 내 분당 움직임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노회찬 의원이 5일 당내 자주파의 ‘비대위 혁신안’ 부결을 강력 비판하며 탈당 의사와 진보정당 창당 방침을 밝혔고, 박용진 전 대변인 등 서울지역 총선후보와 전.현직 지역위원장.지방의원 20명도 탈당을 시사했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조직보존 논리에 갇혀 병폐를 묵인해 온 과거와 결별하겠다”며 “민노당 후보로 4월9일 총선에 입후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해 탈당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전 대변인 등도 기자회견에서 “자주파가 대선 당시 국민들의 심판에도 변화와 혁신을 거부,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민노당은 죽었다”고 탈당을 시사했다.

노 의원과 박 전 대변인 등은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당장 탈당계를 제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당내에서 세를 규합, 설 이후 한꺼번에 당을 떠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변인도 “개별적 탈당은 좌절에 그칠 뿐”이라고 했다.

또 충남도 전∙현직 당위원장들도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임성대 현 위원장과 이용길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화석화된 민노당의 낡은 굴레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겠다”며 “탈당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심상정, 단병호, 권영길 의원 등도 탈당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당원들의 탈당도 줄을 잇고 있다. 민노당 중앙당에는 탈당 문의전화 걸려오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탈당하는 법’을 문의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