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병들의 애국가 제창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27일 낮(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250㎞ 가량 떨어진 스태퍼드셔의 영국 국립전쟁기념공원에서는 한국전에 참가했던 70-80대 노병 400여명과 가족 등 700여명이 부르는 애국가 소리가 힘겼지만 가슴 벅차게 울려퍼졌다.

이날 행사는 한국전쟁 정전 5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낸 회비로 마련한 것으로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자녀,손자 손녀와 함께 도착한 노병들은 오랜만에 만난 전우들과 한창 때 나이로 돌아간 듯 상기된 표정으로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 천영우 주영 한국대사와 국방 무관 이진규 대령과 뜨거운 악수를 주고받았다.

오전 11시 정각 전몰 장병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추도 예배, 노병들의 사열 및 분열, 헌화 등이 이어졌다.

천영우 주영 한국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여러분들의 값진 희생이 한국의 오늘을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며 “청춘을 바친 참전용사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굳건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추도 예배가 끝난뒤 400여명의 참전용사들은 `한국 동산(Korean Garden)’까지 행진하며 참전용사회장과 한국 대표에게 예를 표했다.

고령으로 몸이 불편한 노병들은 휠체어를 탄채 분열에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국전에 참전한 영국군은 대부분 의무 복무가 아니라 자원해서 입대한 병사들로 모두 7만5천명 이상이 참전해 1천78명이 숨지고 3천명 가까운 병사들이 부상했다.

참전용사 가운데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을 방문했던 노병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국의 변화된 모습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국전에 2년간 참전했었다는 헨리 드레이크(77)는 “폐허였던 곳에서 놀라운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며 “짧은 기간에 한국이 이룩한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진전이 놀랍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로스 브라이든 군(14)은 “방학을 맞아 할아버지가 군복을 입은채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참석했다”며 “할아버지는 늘 옛날 얘기를 하시며 전쟁으로 모든 것이 부서졌던 곳이 지금은 고층 빌딩으로 즐비하다는 말씀을 하시곤한다”고 전했다.

한국전에서 오빠를 잃은 여동생은 딸, 아들, 사위 등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고 한 노병은 먼저 한국의 취재진에게 “한강다리가 몇개인줄 아느냐”고 물은뒤 “옛날에 하나였는데 지금은 24개나 된다”고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했다.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회에는 현재 약 4천명 가량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지역단위로 지부가 결성돼 월 1회 친목모임을 이어오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