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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한국국적 탈북자들이 영국의 생활비 지원, 교육혜택 등에 기대를 걸고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 출국했지만 현지 상황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상당수가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는 국내에 입국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이 최근 자신의 신분을 한국에 입국하지 않은 제3국(중국 또는 동남아 거주) 체류 탈북자로 위장해 영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사례가 폭증했다는 실태를 독점, 보도한 바 있다.
이 탈북자들은 관광 목적으로 영국에 무비자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 영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최소 200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현지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고 설사 난민자격을 얻었다 하더라도 생활고와 언어 불소통,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이중 적지 않은 사람이 귀국을 희망하고 있다. 개중에는 이미 남한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다.
▲예상 밖의 어려운 英 현지사정 =자녀가 있는 탈북자들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자녀들의 남한 학교생활 부적응에 대한 불만 때문에 영국으로 가려고 한다. 생활비 지원뿐 아니라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영국의 복지 및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영국 현지 실상은 기대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영국행을 시도했다가 돌아온 탈북자 김희철씨(36세, 남, 가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함께 영국에 갔던 그는 “막상 영국에 도착해보니 이전에 들었던 내용과 달랐다”며 “도착해서 얼핏 ‘탈북자들이 속아서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먼저 도착한 20여 명의 탈북자를 만났던 김씨는 “영국 난민 자격을 얻은 탈북자 중 80%가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경우는 남한에 부모와 집이 있어서 쉽게 자신의 선택을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영국행 경비 마련(약 500만원, 비행기표∙브로커비용 포함)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주택공사 아파트까지 반환한 이들은 재정적 이유로 돌아올 길도 막막하다.
특히 연고가 없는 이들은 브로커에게 여권과 신분증 등을 맡겨, 귀국하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브로커들이 여권이나 신분증을 보관하지 않고 폐기하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 힘들어=난민자격을 얻더라도 기대했던 생활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난민자격을 얻으면 영국 정부로부터 약 20평 규모의 집이 나오고 직장을 얻기 전까지 일주일에 최대 41.41파운드의 생활보조금이 나온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약 40만원이다.
그러나 주거지는 남한에서 제공하는 영구임대 형태가 아닌 임시 임대주택이다. 집세만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것이다. 주택 내 가재도구나 세금 등은 본인 몫이다. 따라서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기에는 무리다. 직장을 구하면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도 없어진다.
하지만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난민자격을 얻고도 정착에 실패, 남한으로 돌아온 서수철씨(25세, 가명)는 “가기 전에 집과 생활 보조금은 물론, 영어도 쉽게 공부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지사정은 이와 달랐다”면서 “막상 가보니 나라에서 집세 정도를 내주고, 보조금도 교통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씨는 “6개월 정도 먼저 갔던 이미영씨(24세, 여, 가명)를 만났는데 뉴몰든 내에 있는 한국인 식당에서 접시 닦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뉴몰든 지역은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서 사는 곳이다.
▲18세까지 무료 교육…성인은 혜택 없어=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영국에 가는 탈북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영국 정부는 18세까지 교육을 무상으로 책임진다. 따라서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간 어린 탈북자들을 제외하면 혜택이 별로다.
김씨는 “미성년(18세)까지는 영국 정부에서 무료로 교육을 시켜주지만 이미 성인이된 사람들의 교육문제는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서 “대학을 다니다 영어를 목적으로 영국에 온 탈북자들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갈 곳도 없는 이들은 오직 생계비 마련에 거의 모든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반면 최종 인터뷰를 남겨둔 박민철씨(21세, 남, 가명)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영국에서 일자리만 구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며 “힘들다고 돌아간 사람들은 일할 생각은 안하고 정부 보조금만 기대했다가 말도 통하지 않자 돌아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대개 영어를 배우기 싫어하는 나이 든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데, 무료로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어린 탈북자들은 공부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면서 “성인도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일하면서 영어도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의 과장된 정보 조심해야=이같은 현상은 브로커를 통한 과장된 정보에 기인한다. 영국행 탈북자들은 주로 브로커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브로커들은 난민 신청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1명당 200만∼500만원 정도의 돈을 요구한다. 이들은 공항 내 입국심사를 대신 해주고 이민국까지 안내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영국에 갔다가 되돌아온 탈북자들에 따르면 브로커들의 말만 믿고 영국에 가면 대부분 후회하게 된다고 말한다. 브로커들은 “영국에 가면 집을 무상으로 받고 교육도 무료로 받는다. 생활비도 최대 2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생활은 전적으로 탈북자 스스로 져야 한다. 귀국한 탈북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탈북자들의 영국행을 반대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영국에서 난민자격을 얻는 것은 비교적 쉽다. 이들은 간단한 입국절차를 밟은 후 곧바로 이민국(HOMEOFFICE)에 가서 난민신청을 한다. 3~4차례 정도 조사를 거친 후 최종인터뷰 과정을 통과하면 된다. 기간은 약 40일 정도 걸린다.
3~4차례 조사에서 중국과 제3국에서의 생활과 영국 입국 경로에 대한 심사를 받고, 최종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탈북자가 맞는지 심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조사기간중 IND카드(난민증)를 받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난민증이 이들의 신분증이다. 숙식은 리즈, 리버풀 등에 위치한 정부 지정 집단 합숙소에서 무료로 해결한다.
난민자격을 얻고 난 후 정부에서 선임해준 변호사를 통해 재판을 청구,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기간은 3개월에서 최대 2년 정도 걸린다. 이후 시민증을 받기 위해서는 5년 정도의 기간이 지난 후 심사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