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기자 “北 장마당 환율 1달러 6,000원”은 오보

▲ RFA의 보도내용 ⓒ화면캡쳐

북한 장마당에서 1달러가 6000원에 거래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암시장 환율이 1달러에 3,500원에서 지금은 6,000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미국의 금융제재조치 여파로 북한이 외화부족 현상을 겪고 있고 암시장 환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북 금융제재 조치와 연관시킨 이런 해석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데일리NK는 북한 장마당의 환율을 계속하여 확인하고 있는 바, 최근 이러한 급등 현상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 쪽 상황을 보자. 3월 13일경, 1달러가 북한돈 3,100원에 거래되었다. 그러다 차차 내려가는 추세다. 지난 18일에는 1달러에 2,980원이었고, 19일에는 2,975원이었다. 19일 인민폐 환율은 100위엔에 37,500원이었다.

함경북도 회령시도 마찬가지다. 올해 인민폐와 북한돈 환율은 대부분 100위엔 : 36,500원 이상이었다. 이를 달러에 연동시켜보면 1달러가 대략 3,000원 정도된다. 1월에 1달러가 2,720원이었고, 100달러는 86유로에 거래되었다. 2월 중순에는 1달러에 2,830원, 경우에 따라 2,900원을 넘어선 적도 있었지만 3,000원을 넘어선 적은 없다.

회령시 인근 무산군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에게 전화로 문의한 결과 3월 22일 현재 무산장마당의 환율은 1달러에 2,970원이라고 한다. 2월보다 약간 오르긴 했지만 폭등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왜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1달러에 6천원’이라는 보도를 했을까? 그가 어떻게 환율을 알아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장마당에서 직접 거래해 환전했을 수도 있고, 방북자에게 반드시 따라붙는 안내원에게 부탁하거나,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환전했을 텐데,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의 경우 사기 당할 확률이 높다. 그가 “1달러에 3,500원에서 지금은 6,000원까지 뛰었다”고 했는데, 1달러에 3,500원 했던 적도 포착된 바 없다. 더욱이 환율이 거의 두배 가까이 뛰어오른다면 아무리 물가가 불안정한 북한 장마당이라 해도 일종의 ‘사변'(事變)인데 그것이 북한을 왕래하는 다른 외국인에게 포착되지 않을 리 없다.

평양과 지방의 환율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을 수 있다.

지역에 따라 환율의 차이가 꽤 나던 것은 4~5년 전의 이야기이고, 예전에는 지역마다의 미세한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남기던 장사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전 지역의 환율이 거의 비슷하게 유지된다. 평양만 유독 환율이 뛰어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데일리NK가 지난 1월 중순 평양과 신의주, 평안북도 박천군, 황해북도 사리원시 등의 환율과 물가를 조사해본 결과 지역별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북쪽 끝 신의주에서 남쪽 끝 사리원까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