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舊)당권파가 29일 개최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탈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흩어졌던 NL(민족해방 계열) 진영의 재결합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권을 장악하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서울시당 당기위원회의 제명 결정을 뒤엎을 전망이다.
당 안팎에선 이정희 전 대표가 최근 부산지역을 방문해 같은 NL 계열의 부산·울산연합 당원들을 만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부정선거 파문으로 경기동부연합에 등을 돌린 울산연합을 다시 끌어안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다. 전당대회서 신당권파를 이기고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부산·울산연합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인천연합 등 신당권파는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전당대회 전에 이·김 의원에 대한 출당 절차를 마무리한 뒤, 전당대회 승리로 당의 쇄신 작업을 일단락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구당권파에게 당권을 내줄 경우 신당권파는 이·김 의원 제명은 물론 종북(從北) 청산 등 쇄신 작업은 무력해진다. 최악의 경우 2008년과 같이 구당권파에 밀려 집단 탈당하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진당의 한 관계자는 신당권파의 수적 열세를 예상했다.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신당권파가 수렁에 빠졌다. 싸워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패배하면) 제발로 나갈 수 없으니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절충안에 타협하고 사태를 봉합해 나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스팅보트를 쥔 울산연합은 경선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구당권파가 주도적으로 공천한 후보들이 모두 낙선하면서 구당권파와 등을 지고 신당권파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울산연합이 선뜻 구당권파를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울산연합은 중재자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농민연합회(전농) 출신으로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가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행보와 관련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울산연합 한 관계자는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등 신당권파가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게 되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며 “울산연합이 적절한 타협안을 가지고 신당권파와 물밑접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천연합은 구당권파와 적대적이지만, 울산연합은 구당권파의 주장을 일정 정도 수용하는 입장”이라며 “이석기 의원은 버리고 김재연 의원은 살리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선 경기동부연합이 울산연합과의 물밑교섭을 통해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같은 NL 계열인데 마지막에 가서 울산연합이 경기동부연합과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