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PSI.자이툰철군 놓고 내부 마찰음

외교.안보 정책기조를 둘러싸고 여당 내에서 심상치 않은 마찰음이 불거지고 있다.

현안으로 떠오른 대량살상무기 PSI(확산방지구상) 참여와 이라크 철군 문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성향 의원들이 각자의 `색깔’을 선명히 드러내며 대립의 날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는 당내 실용-개혁 노선간의 해묵은 정체성 논쟁에 기인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 정계개편을 둘러싼 내부의 복잡한 기류를 감안할 때 예사롭지 않은 `코드 갈등’으로 번져나갈 개연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먼저 `현행기조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PSI 참여문제가 당내의 노선 갈등을 자극해놓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13일 PSI에 정식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중도.보수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강한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의 PSI 참여확대 유보방침은 지혜로운 결정으로 환영한다”며 “우리당은 국제공조를 통해 북핵폐기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대북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상돈(朴商敦)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현행 보다는 전향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미관계를 경직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데, 한국만 매우 소극적이거나 빠지려고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희망21′ 모임의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당.정.청이 무슨 입장을 정하기 보다는 상대가 있는 문제여서 협상을 통해,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외교적 수완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먼저 입장을 정하고 통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의 근거로 삼은 지난 11일 당.정.청 협의회는 PSI 참여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 게 아니라 여당 내부의 이견만을 확인한 자리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회동에 참석한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은 “PSI 참여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 내에서 참여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렸다”며 “11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최종 합의가 안된 걸로 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원내 핵심관계자도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당내의 이견으로 최종 결정이 안돼 대통령이 판단토록 하자는 정도로 결론이 났던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라크 철군 문제는 이 같은 갈등기류를 더욱 확산시켜놓고 있다.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은 정부에 철군계획서 제출을 촉구하는 서명작업을 준비 중이고, 임종인(林鍾仁) 정청래(鄭淸來) 유승희(兪承希) 의원 등은 14일 오전 이라크철군 촉구 여야의원 모임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수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신중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양형일 의원은 “어느 나라가 철군한다고 우리도 따라한다는 것은 단순 논리”라며 “한미동맹과 함수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국제적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당초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고 신중한 논의와 고민을 한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상돈 의원은 “미국의 결정을 지켜보고 국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천천히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책현안을 둘러싼 여당 내의 갈등은 한미 FTA와 출자총액제한제도 존폐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들과 맞물릴 경우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판짜기 방향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에 정책이슈를 둘러싼 노선갈등까지 덧칠되면서 여당의 `분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듯한 조짐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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