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극과극으로 갈리며 양측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킨 실용적 회담이었다고 높이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소리만 요란한 실속 없는 회담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정상외교의 전형을 보여줬다”며 “특히 핵억지력 확보 등의 확실한 방안을 제시해 우리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씻어줬고, 한미 양국이 미래로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을 깔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미국의 핵우산 보장, 끈끈한 한미동맹이 합의됐고,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공조하기로 한 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 문제”라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북핵이 협상용에 불과하다는 전제 하에 지난 10년동안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제공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당시 정부에 종사했던 분들과 민주당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논평을 통해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물리칠 확고한 억지력 동원을 확약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양국은 전 세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핵개발 야욕을 저지하고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공고한 응전태세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국민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핵 문제의 해법이 제시되지 못한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했는데 포괄적인 논의에 그쳤다”며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없는 회담으로 판명 나 유감스럽다”고 혹평했다.
특히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말했지만 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대화도 복원되고, 6자회담에 북한이 하루속히 나와서 국제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도 북미 대화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한미 양국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발전에 합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한미동맹과 유대관계를 재확인한 것 외에는 오히려 우리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민주당이 정상회담마저 자국의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기회로 삼는 것은 ‘당리당략의 불치병’”라며 “이번에 한미 정상이 북핵 문제, 한미동맹 강화 문제, 북한인권문제 등에 이르까지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민주당이 외교와 안보에서마저 ‘햇볕주의’의 포로가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매우 근본적인 문제를 놓친 것 같다”며 “한미관계는 예전에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관계에서 이제는 서로 긴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진전됐다. 그렇다면 전략적 동반자로서 한반도 문제, 그리고 동북아 문제에 관해 전략적인 구상을 서로 나누고 협의하는 기회가 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