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정치셈법’에 춤추는 노조법

여야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를 통해 마련된 개정안,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개정안에 추미애(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제시한 중재안까지 갖가지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노동부와 여야가 협상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노조법 개정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무임금 조항은 1월1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9일 오전 추미애 위원장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 차명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3자 회담’을 열고 막판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산별노조 교섭권 인정’ 등을 두고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모든 노조에 똑같이 창구단일화를 적용하되 노사가 합의할 경우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허용할 수 있다는 추 위원장의 중재안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창구단일화는 수용하지만 조합원 수가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산별노조의 교섭권도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추 위원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오히려 친정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도 엇갈린다. 노동계의 경우 산별노조에 별도 교섭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노사정 합의정신에 어긋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산별노조 교섭권을 놓고 의견차가 커 노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동부는 28일 현 노조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에 대비해 과반수 노조만 교섭대표로 인정하는 내용의 ‘노동조합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행정예고했다.


한편 여야는 전날(28일) 물밑 접촉을 갖고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제 범위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타임오프제의 적용범위와 관련, 심의기구를 따로 만들어 심의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는 타임오프 대상이 심의기구를 통해 계속 늘어나고 시행과정에서 행정부의 집행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심의기구를 중앙노동위원회에 설치할 경우 노동부의 집행력이 사실상 무력화돼 법이 사문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중노위가 노사 공익위원이 동수로 참여하는 합의기구이기 때문에 타임오프 대상과 기준이 위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경우 전임자도 처벌하도록 돼 있던 합의안에서 후퇴해 전임자는 처벌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마련될 경우 사용자와 노조가 편법으로 임금지급을 합의하게 되면 사용자만 처벌받는 ‘형평성’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특히 처벌 수위도 벌금 1000만원에 불과해 사측 입장에서는 편법적인 타임오프와 임금지급을 허용하고 벌금을 내는 선에서 ‘타협’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제한한다는 당초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여야의 노동계 표심 끌어안기에 노조법 개정안이 춤을 추면서 ‘노사관계 선진화’는 요원해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