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직권상정’ 법안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북한인권법안’의 처리가 여야의 쟁점처리 법안 협상 결과에 따라 2월로 넘어감에 따라 사실상 법안 통과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야는 6일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북한인권법, 통신비밀보호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등 사회개혁법안 10여건을 2월 임시국회에 일괄 상정하되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함으로써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0여 일간 계속돼온 여야 대치 상태가 막을 내리고 국회가 정상화됐다.
또한 여야 원내대표들은 최대쟁점이었던 미디어 관련 8개 법의 경우 언론중재법과 전파법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협의처리하고, 나머지 6개 법안은 빠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키로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이 외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미국 버락 오바마 당선자의 취임 이후 빠른 시일 내에 협의 처리한다’는데 합의했다.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예고한 법안(85건) 중 여야간 쟁점이 없거나 논의 가능한 58개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들 사회개혁법안과 쟁점법안 등을 ‘MB악법’이라고 계속 규정하고 있고, 여야 합의문 또한 애매한 문구들이 많아 관련 법안들이 2월 임시국회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여야간 극렬한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협의처리’하기로 한 반면, 사회개혁법안은 ‘합의처리’하기로 한만큼 한나라당이 사회개혁법안 추진을 강행할 경우 양측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협의처리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표결처리 한다는 뜻이고 ‘합의 처리’는 상대방이 완전히 동의를 한 뒤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다수결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협의처리 하기로 합의한 법안들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표결로 의사를 표현하겠지만, 합의처리 법안들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시도할 수도 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물리력 행사로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입장에서는 이들 법안들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깊이 맞물려 있는 만큼, 정부의 집권 2년차 ‘국정 속도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권은 ‘2차 입법전쟁’을 예고하며 강도 높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디어관련법과 금산분리완화법 등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핵심사안들의 처리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사회개혁법안에 대한 추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여부도 미지수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2008년 내에 처리되어야 할 85개의 중점처리 법안을 확정한 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자 북한인권법안을 포함한 13개 사회개혁법안에 대해 야당과 협의가 가능하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북한인권법안은 내달 1일 회기가 시작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