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EP·핵확산 별도 논의 北에 제안”

북한의 ‘10.3 합의’ 불이행으로 북핵 6자회담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 대북 협상파와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를 단계별로 나눠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북핵 6자회담 ‘10.3 합의’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를 작년 12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불능화 작업을 비롯해 핵프로그램 신고도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29일 워싱턴 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이 신고서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핵 확산 의혹은 비공식(private) 채널에서 계속 논의한다’는 주석(footnote)을 명기해 북한에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이 이 제안에)동의한다면 북한이 지금까지 신고 내용으로 주장해온 플루토늄(약30kg) 신고만으로 신고를 받아들여 돌파구를 연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이 같은 주석을 단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미국은 즉각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과 적성국교역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최종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 행정부 협상파들의 이러한 단계별 접근 시도는 사실상 북한이 완전하게 핵프로그램 신고를 취할 가능성이 적다는 상황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즉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다시 강경책으로 회귀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선택의 폭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이 같은 접근을 시도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으로선 고육지책이다”고 지적했다. 또 “UEP와 플루토늄, 기존 핵무기가 모두 신고 대상이자 폐기 대상”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이에 대해 완강한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단계를 나누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우 늘상 ‘아젠다 슬라이스(하나의 의제를 여러개로 나누는 것)’ 전략을 써왔기 때문에 단계별 접근 자체는 찬성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UEP 문제 회피를 위해 새로운 아젠다를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북핵 로드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북핵 폐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각각 조만간 방북해 북한에 핵 신고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중국은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다각도로 탐색한 끝에 방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단계별 접근 방식과 관련, 현재까지 미 행정부의 협상파와 부시 대통령 간에 교감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미 의회의 반발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 부시 행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주목된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스티븐 스미스 호주 외무장관과 회담 후 가진 회견에서 “나는 북한이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할 준비가 돼 있기를 바란다”면서 “지켜보자”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대해 “불능화는 계속돼야 하고, 상대적으로 잘 돼왔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정확하고 완전하게 핵 프로그램에 대해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27일 영변 5MW원자로의 핵연료봉 제거와 관련 작업이 더뎌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하루 80개 정도를 인출해야 하지만 최근 30개 안팎에 그치고 있고, 제거 대상인 8000개의 연료봉 가운데 현재까지 1000개밖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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