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EP압박, 中 팔 비틀어 北 재촉하려는 것”


대화 국면으로 내달리던 한반도 정세에 적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남북 및 미중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는 갈등 양상이 향후 대화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지난달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됐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이 예상돼 왔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북한의 잇단 대화공세가 남북고위급군사회담 실무접촉 성사로까지 이어지며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열린 남북고위급군사회담 실무접촉이 회담 의제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되고,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미중 간 이견이 커지며 사실상 대화의 동력 자체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1일 북한의 일방적 퇴장으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북한이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 고립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미 국무부도 실무접촉 결렬에 대해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를 상실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북한의 대화 의지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냈다.



북한의 UEP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해 제재 대상으로 삼겠다는 미국과 6자회담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이 맞서며 양국 간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열린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도 UEP 문제의 안보리 논의를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었다. 중국은 특히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작성한 북한 UEP 보고서의 공식문건 채택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이란보다 앞선 수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며 ▲안보리 제재 결의의 이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UEP 보고서를 제재위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이 비록 UEP의 안보리 논의 문제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남북대화 재개를 우선시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양국 간 입장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양국이 전략적 협력자로써 관계를 다진 만큼 남북대화 흐름을 지켜보며 한반도 정책의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재를 통한 해결은 뒤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UEP 문제가 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것도 반대하는 것”이라며 “미중 모두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양국이 UEP 문제로 인해 큰 충돌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이미 북한 UEP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유했다. 다만 미국은 이 문제를 안보리에 가져가자. 중국은 6자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차이가 있다”며 “양국 간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심각한 갈등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도 외교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6자회담 가능성도 아직 열려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면에서 “미국이 UEP 문제를 안보리 상정하자고 압박하는 것은 중국의 팔을 비틀어서 북한을 (대화에 나오라고) 재촉하는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UEP 문제 자체는 6자회담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6자회담의 가치에 의문을 제시한 것”이라며 “UEP 문제를 6자회담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핵문제 협상의 기본 ‘프레임워크(Framework)’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윤 교수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아직 시작인 측면이 크다. 실무접촉이 한 번 결렬된 것으로 (남북관계 전반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도 대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을 비롯해 관련국들의 시선이 당분간 남북대화의 향방에 쏠려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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