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때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의 한국 판매가 어렵다고 밝혀오던 미국이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8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측은 노무현 정부 당시 글로벌 호크가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협약에 의거해 수출금지 품목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33개국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난색을 표시했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SPI회의에서 미측은 ‘글로벌 호크의 한국 판매를 위한 내부 합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특히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정부대 정부의 보증’ 판매 방식으로 한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제공하는 방안을 작년 말부터 검토에 착수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4월부터 내부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군사당국자간 접촉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전했으며 이번은 공식 통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국방개혁2020’ 조정안과 연계해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첨단전력 도입의 우선순위 뿐 아니라 국방개혁2020의 목표시기 조정 작업과 연계해 글로벌 호크 도입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긍정 또는 부정도 아닌 백지 상태에서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SAR)와 적외선탐지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등 첩보위성 수준에 버금가는 전략무기다. 작전 비행시간은 38~42시간 가량이며 작전반경은 3천km, 대당 가격은 4천500만달러(약 45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호주·싱가포르 등 10여개국이 구매를 희망했지만, 그동안 어느 나라에도 판매허용 입장을 밝힌 바 없다.
한편, 군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북 핵심정보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고공정찰기인 U-2와 성능이 맞먹는 글로벌 호크와 같은 최첨단 무인정찰기를 확보해 독자적인 감시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우리 군이 글로벌 호크를 도입해 운영할 경우 지상수신소는 물론 공군과 육군의 대북정보 분석.판독.가공 부문 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이어서 대북 감시능력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