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DA 물증 제시로 마카오·中 압박

미국이 15일 대북 금융제재 미국측 실무책임자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를 급히 마카오로 보낸 이유는 뭘까.

물론 스튜어트 레비 재무차관이 전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조사결과를 곧 마카오 당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무부 대변인도 이날 “BDA 조사결과 이행문제와 재무부가 이번에 내린 조치의 해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카오와 BDA가 취할 조치들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북핵 해결과 관련, 협조가 절실한 중국측이 재무부의 이번 BDA 거래금지 조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선 사실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앞서 친강(秦剛)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과 실무그룹회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례없이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마카오 정부도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 글레이저, 물증으로 중국 압박하나 = 미 당국은 마카오와 중국 금융당국의 반발을 확실한 물증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방 3칸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놓고 재무부, 법무부 조사관들이 지난 18개월여간 조사해온 고급 정보를 마카오.중국 금융당국에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이같은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매코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카오 당국이 모든 자금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우리가 물증(forensics)과 분석(analysis)을 통해 축적한 모든 정보를 접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 마카오당국에 BDA 불법 행동과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물증(forensics)’이란 북한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인 ‘슈퍼노트’를 제작해낸 과학적 감시결과를 의미한다. `분석(analysis)’이란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거래를 입증하는 계좌추적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물증은 단천상업은행-‘수억달러’ 돈세탁자료 유력 = 그렇다면 글레이저가 제시할 구체적 물증은 어떤 것일까. 워싱턴의 고위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단천상업은행을 예로 든다.

우선 북한의 단천 상업은행이 지난 2005년 6월 미 당국에 의해 WMD판매 연루 기업으로 지정, 제재조치가 취해졌음에도 수개월간 이를 무시하고 이 은행의 계좌를 유지해온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BDA가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받기 사흘전까지도 단천상업은행과 거래를 해온 사실을 재무부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도 최근 “BDA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금융거래에도 관여한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워싱턴의 고위소식통이 “만일 마카오 당국이 북한 동결자금 전액을 해제할 경우 미국법과 유엔제재결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힌 것도 바로 단천상업은행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테면 불법행위와 관련된 북한 계좌는 달러화 위폐 피해를 막기 위한 미국법, 그리고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에 따라 금지된 WMD관련 물질의 판매이전과 각각 저촉된다는 것이다.

글레이저는 바로 이 점을 중국 금융당국에 분명하게 설명할 것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도 글레이저가 제시하는 물증을 보면 자신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내용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무부가 전날 밝힌 내용, 즉 BDA를 통해 몇몇 기업들이 돈세탁했다는 ‘수억 달러’에 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美 BDA 동결자금 처리 ‘속내’ 뭔가 = 재무부가 이처럼 북한의 불법 금융거래와 관련해 ‘꼼짝할 수 없는’ 물증을 제시하면 마카오 당국도 북한 동결자금을 전면 해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마카오와 중국 금융당국이 미측의 증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적어도 미국측이 제시할 증거가 신빙성과 구체성을 갖춘다면 중국당국이 이를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여하튼 이런 논의와는 무관하게 현재 부시 행정부가 어떤 경우든 2천500만달러 전부가 해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만은 분명해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미국의 한 관계자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 재무부와 법무부, 그리고 미국내 강경파들은 BDA내 북한자금 일부만 풀어주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계속 제재를 유지, 6자회담 실무회의를 통해 북핵 폐기와 연계해 협상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 때 BDA에 동결된 북한계좌의 해제 규모와 시기는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동결자금 해제 규모는 전적으로 북핵폐기 속도에 달려있다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힐 차관보를 포함, 부시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핵폐기 절차가 속도를 내면 고립무원 상태인 북한이 국제금융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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