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0대 한인 “北가족 상봉” 美의원에 호소

“북한의 고향을 떠난 지 이제 60년이 돼가는데 북에 두고온 가족을 만날 수 있게 의원님이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 파크애비뉴의 한 식당.

올해 98세인 재미교포 리근 씨는 6.25 전쟁 때 북한에 두고 떠나온 부인과 6남매를 상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미 하원의 마이클 혼다(민주당) 의원에게 요청했다.

2007년 미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혼다 의원을 뉴욕·뉴저지의 한인들이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혼다 의원을 만난 리씨는 자신의 절박한 사정을 호소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리씨는 전쟁 중이던 1950년 10월 한달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부인과 3남3녀를 남겨둔 채 미군을 따라 홀로 월남했지만 이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60년 가까이 헤어진 가족들을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리씨는 혼다 의원에게 “고향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자나깨나 고향에 갈 생각뿐입니다. 여러분이 힘있는 데까지 도와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라며 거듭 도움을 호소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가족 상봉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리씨는 자신의 사연을 적은 서한도 혼다 의원에게 전했다.

리씨가 혼다 의원을 만나게 된 것은 이날 행사에 장소를 제공한 이 식당의 주인 최윤석씨가 고교생인 아들 마크 군을 통해 리씨의 사정을 듣고 리씨를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의회 차원에서 움직이면 리씨의 가족 상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됐기 때문이다.

뉴저지 호레이스맨고교 11학년인 최 군은 유진벨 재단이 운영하는 재미교포 이산가족 돕기 프로그램인 ‘샘소리’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리씨의 사연을 알게 됐다.

최 군은 혼다 의원에게 “리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이산가족 분들이 갈수록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며 이제 곧 100세가 되는 리씨가 헤어진 가족을 생전에 하루라도 빨리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을 간절히 부탁했다.

이를 전해 듣는 혼다 의원은 리씨의 처지에 마음이 아픈 듯 리씨가 전한 서한을 가슴에 품고 잠시 말을 잊기도 했다.

혼다 의원은 미국내 한인들이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표하고 이산가족이 얼마나 많고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미 상원과 하원은 2001년에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작년 1월에는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계획을 미 정부가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관련 법안에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서명에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법안은 미 대통령이 법안 발효 180일 이내에 의회에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일본계인 혼다 의원은 “미 의회에 한국계 의원이 있었다면 더 쉬울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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