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자회담 개최 전이라도 북한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양자 논의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며 “언제 어디서 만날 지 수주 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6자회담 성사를 위해 양자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 외에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양자대화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롤리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 양자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과정을 촉진시키기 위한 하나의 ‘시도’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북한에게 비핵화 진전 없이도 미국과 양자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철저히 경계하는 것이다.
때문에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의 복귀 약속 없는 양자대화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자 대화가 6자회담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왜 마다하겠느냐”며 “(미국의) 정책변화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데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면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최근 한중일 순방 중에 미북 양자 대화 시도에 대한 사전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경우 미·북대화는 가능하다”며 미북 양자접촉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미국은 처음 양자대화를 안 하겠다는 입장에서 6자회담 틀 안에서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이 조금씩 완화되어 왔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올 수만 있다면 미북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나머지 5자들은 조금 관망하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끊임없이 주장해 온 만큼 이를 정치적, 외교적 목적 달성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만 대화하고, 6자회담에 안 나오는 경우에는 나머지 5개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북한도 오바마 정부 초기에 지나치게 강수를 둠으로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기회를 놓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강경하게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의 요구를) 마지못해 들어주는 것처럼 6자회담에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