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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내달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4단계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지지(時事)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삭제-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한국전쟁 휴전협정의 전환-대사관 및 공관 개설 등의 4단계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고위 관리는 또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해선 북핵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라 설치된 5개 실무그룹에서 동시에 진전을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이에 대해 미북 관계정상화 프로세스의 추진에 있어 일본인 납치문제와 일북 관계정상화 등 전반적인 진전 상황이 고려될 것이란 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한 일각에선 북한이 1970년 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간 3명의 적군파 요원을 일본에 넘겨주는 것으로 일본인 납치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2·13 합의에서는 “원칙적으로 한 실무그룹의 진전은 다른 실무그룹의 진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핵 폐기를 위해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려 한다면 일본인 납치문제 진전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 열리는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문제,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양국 관계정상화 방안이 다각도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양국의 수석대표가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올지가 관심사다.
앞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지난달 16일 북한이 핵폐기 초기조치를 이행함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북한이 UEP 문제 의혹 해소와 핵무기를 포함한 명단 신고 등에 순순이 응할 경우 미북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 하나의 변수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동시에 요구한다거나 경수로 제공을 보장하라고 들고 나올 경우 협상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4단계로 나눠 진행한다는 것은 그동안 북한이 자주 써온 일명 ‘살라미 전술’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현명한 사람은 적에게서 배운다’는 말처럼 북한에게서 배운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