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12 신군부 쿠데타에 강한 ‘유감’ 표시

미국은 1979년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 체포로 촉발된 12·12 쿠데타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군부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사태 발생 이틀 뒤인 12월 14일 오후 5시(현지 시각) 홀부르크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김용식 당시 주미대사를 불러 “미국은 한국 정부가 긴급조치 9호를 철폐하는 등 정치 발전에 큰 진보가 있었음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지만, 12·12 후의 사태는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또한 12·12 사태로 인해 “군 체제가 너무 급격하게 변동됨으로써 군 지휘 체계가 동요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김일성이 군사적인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 행정부는 김일성이 (군사적) 모험을 할 경우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이행할 것이지만,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는 미국내에서 한국에 불리한 여론이 크게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는 김 대사에게 훈령을 내려 ▲이번 사태가 잘 수습돼 더 이상의 새로운 돌발사태 발생은 없을 것이고 ▲군부내 다소의 이동은 불가피했으나, 정부는 기왕에 표명한 정치발전 계획을 점진적으로 추진하여 나갈 것이며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에 대해 마음 든든히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홀부르크 차관보에 전달토록 했다.


이에 따라 18일 이뤄진 두번째 면담에서 홀부르크 차관보는 ▲카터 대통령이 한국 사태의 진전에 직접 지대한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있고 ▲한미연합사의 기능이 앞으로 완전히 발휘될 수 있어야 하며 ▲민주발전 계획이 차질이 없이 진행될 것을 강력하게 희망하며 ▲동 사태가 한국군 지휘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며 ▲한국군과 주한 미군간에 상호 신뢰 회복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라이스틴 당시 주미 대사도 19일 박동진 외무장관을 직접 면담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유감을 전달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한국군은 미국측과의 협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대와 사단병력을 자의로 이동해 한미연합군의 군사적 유효성과 행동의 자유를 지극히 훼손했다”며 “금번 사태가 한국장성의 인사와 군 내부의 결속에 미친 영향은 단기적, 장기적으로 보아 극히 심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연합사의 작전통제권의 위반 및 위계질서의 문란은 놀라울 정도다. 이번 사태로 앞으로의 연합사 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특히 “미국 군부는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이러한 불만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부터 미합참의장을 거쳐 백악관의 최고위층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것”이라며 “미국정부로서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민간 정부와 상대할 것이며 한국의 민간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이날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외교부령)’에 따라 30년이 경과한 1979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270여권(18만여 쪽)에 달하는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는 한미정상회담, 박정희 대통령 서거, 주한미군 철수, 조총련 문제와 관련한 외교문서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