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힘과시 의지 충분..北이 시험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은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충분한 의지”가 있을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북한이 미국을 시험하려 한다면 “현명치 못하다”고 미국의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이 강조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리비어 회장은 20일 오전 안보경영연구원이 서울 하이얏트 호텔에서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한미관계: 과제와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강연에서 “오바마 신행정부는 첫 몇개월간 다른 정책적 우선순위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조기에 미국을 시험하려들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리비어 회장은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미국 스탠퍼드대가 수주내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의 정책보고서를 오바마 행정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의 핵확산 우려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므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북한이 일단 양보하면 북한이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큰 양보안을 담은 포괄적 접근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6자회담과 북미 양자회담 외에도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이 방법이야말로 “북한의 핵심 국가안보 사안을 좌우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대면해 미국 대통령의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강연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수단을 통한 문제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며 “고립이야말로 북한의 최대 약점인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고립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도울 태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 그는 그러나 “미국은 어떤 경우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북한과의 완전한 정치적 경제적 관계 정상화도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공화당계도 민주당계도 아니라고 말한 그는 지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정부내 분열로 대외 협상력이 약화됐고, 실용적이 아니라 이념지향적이어서 초기 6년을 허송세월했다”며 “마지막 3년간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사실상 다시 재건하는 데 힘을 쏟았으나 북은 이미 핵실험을 단행한 뒤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문제 등을 다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협의”라고 강조하고 “한국에서는 보수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에선 부시 행정부로부터 오바마 행정부로 변형이 일어났는데 과거처럼 한미간 대북 정책의 엇박자로 마찰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내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논란과 관련,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의 한미FTA 비판론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곤경에 빠진 미국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며 “특히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향후 몇개월 동안은 미 정부가 중요한 국가경제와 재정문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한미FTA등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2012년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일부 한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나 “한국을 방위하려는 미국의 의지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오히려 각자 독립적 주체들로서 함께 일하는 양국군간의 협력과 유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어 회장의 이러한 답변에도 방청객중 군 장성출신들이 4-5명 잇따라 질문권을 얻어 전작권 전환을 한미간 ‘이혼’에 비유하면서 안보불안론을 제기하고 ‘재고’를 주장하는 바람에 주최측이 원활한 질의응답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