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힐 방북 ‘2·13합의’ 조기이행위한 예고된 수순

미국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핵폐기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급류를 타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 관리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은 6자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한 당사국들간 협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사실상 해결된 만큼 이를 계기로 2.13 베이징 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아닌게 아니라 힐 차관보가 몽골 방문에 이어 중국과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 뒤 북한을 전격 방문함으로써 6자회담 당사국들간 연쇄 접촉을 통해 조속한 북한 핵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미국측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당초 힐 차관보는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AEA 실무대표단의 평양 출발 일정이 내주로 늦춰지면서 힐이 먼저 방북길에 나섰다는게 미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한 소식통은 “북핵폐기의 가시적 효과를 확실히 거두기 위해선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이 IAEA 실무대표단과 동행, 방북하는게 최선이라고 판단해 왔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힐이 먼저 방북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힐이 이처럼 ‘깜짝’ 평양 방문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2.13 합의 내용을 조기에 앞당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물론 힐의 방북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게 미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미국이 구상해온 북핵 폐기 프로세스의 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힐은 이번 방북 기간 자신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북핵 초기조치 이행을 위한 양자간 협의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관리도 힐 차관보가 군용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한뒤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6자회담 진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모든 의무를 신속히 이행하는게 중요하다는걸 거듭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처럼 북핵문제 해결에 큰 관심과 집요함을 보이는 것은 이라크전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의식한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6자회담을 통한 영변 원자로 폐쇄와 경제적 보상 과정을 전세계에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미국 국내 여론은 물론 역시 핵프로그램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이란측에도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이 북핵폐기 과정에 큰 도움은 되겠지만 북한이 신속한 핵폐기에 나설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한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확실히 종결됐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결코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힐의 방북도 쌀과 중유 등 서방측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 던지기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소식통은 “힐이 이번에 방북하더라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몸값을 한층 높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미국에서 적어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정도가 방북해야 김 위원장이 만나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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