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힐, 北에 새로운 검증체계 제안 안했다”

미국 국무부는 1일 방북 중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북핵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인 검증체계 구축과 관련해 새로운 제안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가 북한에 가서 (6자회담)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얘기는 했겠지만, 검증체계에 변화를 준다든가 하는 관점에서 새로운 제안을 들고 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힐 차관보가 북한에 직접 가서 사태진전이 가능할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비행기 삯이 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이 북한의 입장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매코맥 대변인은 “궁극적으로 공은 북한 쪽에 있다”면서 “북한은 나머지 세계와 종전과는 다른 관계를 갖게 될 것이냐, 아니면 더욱 심한 고립으로 빠져들 것이냐는 양 갈래의 선택을 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불능화 복귀와 검증체계 구축협조를 촉구했다.

방북 전 힐 관보는 30일 “검증체계에 합의해 2단계(불능화 및 신고)를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우리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우리의 의무를 완료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힐 차관보의 새로운 제안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이 이미 핵시설 원상복구와 재처리시설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힐 차관보를 초청했고, 부시 행정부도 일단 북핵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유연한 협상안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에 대해 한미 정부 당국자들도 미국 측이 핵개발 연관 지역과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의 범위를 줄여 영변 핵시설로 검증 범위를 좁히는 등 기존보다 유연한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대북 테러지원국 삭제와 관련해 북한이 검증원칙에 대해 미국과 잠정합의한 뒤 이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측에 제출한다면 6자 차원에서 공식 의결되기 전이라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는 방안도 협상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미국이 제시하는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의 방문 등을 ‘강도적 사찰’이라고 비난하며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고, 선(先는)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 타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도 국내 여론과 검증의 실효성 등을 감안해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에 대한 방문’이라는 두 가지 원칙은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지나친 양보를 통해 북한에 끌려 다니는 인상을 보일 경우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임기 말 레임덕 현상으로 인한 재량권도 크지 않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때문에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에서도 성과가 없다면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북핵문제에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북핵 외교가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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