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후세인처형 이라크전략 대전환 신호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은 미국에겐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 행정부는 후세인 사형 집행이 이뤄진 뒤 30일(현지시간) 극도로 신중하면서도 자제된 반응을 보였다.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연말 휴가중인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이라크전 침공당시 승리에 도취된 듯한 표정으로 TV에 얼굴을 드러내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과는 달리 이날은 스콧 스탠즐 백악관 부대변인을 통해 ’미리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다.

스탠즐은 “부시 대통령이 처형당시 잠자리에 들어있었고 성명 외에 부시 대통령이 추가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美, 극도로 신중한 이유 = 미국이 후세인 처형에 개입했다는 인상을 줄 경우 사실상 내전상태에 돌입한 이라크내 정정 불안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미국내 여론도 덩달아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이 성명에서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의 폭력사태를 종식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어려운 선택과 더 많은 희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한 데서도 이런 기류는 쉽게 감지된다.

미 상원 차기 외교위원장이며 2008년 대선 출마를 검토중인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의원도 “이라크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대의 한 장(場)을 마무리짓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논평했다.

◇속전속결식 처형 배경 = 이라크 최고항소법원의 교수형 최종 확정으로 후세인의 처형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부시 행정부가 형 확정 나흘만에 후세인을 조기 처형하는, 이른바 속전속결식으로 나선 배경은 뭘까.

여러 분석들이 있지만, 일단 부시 대통령이 내달 초중순으로 예상되는 대 이라크 전략 수정과 직결돼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지난 11.7 중간선거에서 참패, 대 이라크 전략수정의 압력에 직면해 있는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이라크 전략의 큰 그림 속에서 후세인 처형이 이뤄진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5년째로 접어든 이라크 상황이 해결은 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는 시점에서 부시 행정부가 후세인 처형을 통해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로선 이미 사형선고가 확정된 마당에서 후세인 처형을 미룰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후세인을 처형하지 않고 기다려봤자 더욱 골치아픈 일만 생길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 기류에 밝은 워싱턴의 한 고위외교관은 “후세인 조기 처형을 통해 혼란스런 이라크 상황을 연내에 일단락짓고 새로운 전략으로 내년을 맞기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 처형을 통해 끝없는 터널에 갇혀있는 이라크 사태에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NYT “이라크개전 명분축적 가능성” = 뉴욕 타임스는 이날 “이번 후세인 처형은 미국이 이라크 침공이후 대량살상무기(WMD) 발견에 실패하고 이라크 정정불안 등 참담한 상황을 맞았지만 후세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처단을 통해 개전 명분을 충족시키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전 개전이후 미군 희생자가 3천명에 육박하고 천문학적인 전비가 투입되고 있는 마당에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최대 전리품인 후세인 처형을 통해 이라크 민주주의 진전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제시하려는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인 셈이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 이라크에 미군 1만5천-3만명을 증원하고 이라크내 극렬 저항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엄존한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문제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이란과 북한 문제와도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일(金正日) 위원장과 이란 지도자들에게 부시 행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심리적 효과를 겨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후세인 처형카드 먹혀들지 의문=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정면 ’승부수’가 먹혀들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미 여론조사기구 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 중 64%가 대이라크 전쟁에 따른 손실이 후세인 제거보다 훨씬 크다고 답변, 후세인 처형의 약발이 크게 먹히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도 이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후세인이 처형되는 극적인 상황을 맞았음에도 처형 소식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계기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인정했다.

한때 부시 대통령의 우군으로서 미군주도 다국적군의 일환으로 3천명의 병력을 파견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처형은 정치적, 역사적으로 실수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당장 이라크에선 극도의 혼란이 빠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후세인을 추종했던 바트당과 저항세력들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고, 이라크내 종족분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라크 주둔 미군은 그의 처형에 앞서 취해진 최고 수준의 경계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바그다드발로 보도했다.

현재 미 언론 일각에서는 이라크전 이후 실업률 급증 등 경제사정 악화로 이라크 민심이 미국에 더욱 등을 돌리게 됐다고 판단, 다양한 경제지원책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처형 이후 새해초 어떤 이라크 해법을 제시할 지, 그리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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