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에선 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향배

백인 중산층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 현지 언론과 북한 전문가들은 후보자 시절 트럼프의 언급을 상기, 대(對)한반도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대선 과정서 트럼프가 내놓은 말들이 다소 오락가락해 속단하기 이르다는 주장도 있지만 민주당 정부의 기존 정책과는 다를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보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즉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거부시 주한미군 철수’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용인’ 등 민감한 현안에 관한 트럼프의 기존 발언이 단 하나라도 정책으로 구현된다면 한반도 안보 리스크가 현저히 증대될 수 있다.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 위와 같은 주장들이 재검토되고 있고 당선이후 트럼프도 일부 말을 바꾸고 있지만 의구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한국과 미국의 내부 상황이 맞물릴 경우 한반도 안보 리스크 증대 우려는 더해진다. 우선 향후 진보정권이 한국의 차기 정부로 선출될 경우 친중 노선을 앞세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주장,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어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으로 여론이 악화된 시점에서 격화될 반미 감정도 고려대상이다.

미국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특히 미국의 민주·공화당 모두 현재 미국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한미공조 체제의 와해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전면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의 초당파적 싱크탱크를 자임하는 CFR(미국외교협회)은 지난 9월 ‘북한에 대해 더 날카로운 선택: 안정적인 동북아시아를 위한 중국과의 접촉’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의 단계별 협상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정책 검토과정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예단하기엔 이르다. 미국 현지 외교안보 전문가들조차 트럼프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저서 ‘회귀의 기술(The Art of the Comeback)’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그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갈피를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다. 트럼프는 위 저서에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의 정서와 동기를 파악하지 못하면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있어도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인의 입장에서 북한을 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예컨대 트럼프는 북한이 요구하는 사드 철회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북핵의 비확산, 즉 대외적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단과 주고받을 수 있다. 나아가 북한 핵 폐기 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및 주한미군 철수 또는 사실상 철수를 거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위대한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과 같은 슬로건으로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를 선언한 트럼프이기 때문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트럼프의 기질을 ‘예측 불가능성’이라고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주체사상 정권(김정은)과의 타협(햄버거 대화)’를 거론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 역시 속내를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지난 6월 트럼프를 “현명한 정치인”으로 치켜세웠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반드시 북미 간 대화·타협 등으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우선주의는 말 그대로 미국의 절대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기에 북미 간 ‘거래’ 불발 시 트럼프는 북한의 핵 시설 폭격에 나설지 모른다. 이는 확전을 불러, 소위 ‘트럼프 판 제2의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미국의 군수산업 집단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할 사실이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부 행정부를 구성하게 될 각료들의 면면이다. 행정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로서는 정책의 상당 부분을 각료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만큼 누가 장관이 되느냐에 따라 새 행정부의 색깔이 정해질 전망이다. 물론 트럼프가 워싱턴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꾸겠다고 천명한 데다, 공화당 주류 인사들이 대부분 트럼프 당선자에 등을 돌린 탓에 차기 행정부에 입각할 인물들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지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공화당내에서 조차 외톨이가 됐을 때에도 곁을 지켜준 유력 인사들을 대거 입각시키는 보은 인사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로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공화당 내 강경 매파들이 얼마나 입각하는지의 여부이다. 이들이 입각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공화당 내 강경보수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 대한 압박을 통한 대북제재와 강경 대북 심리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내에 공화당 강경 보수파가 얼마나 입각하고 영향을 미치는가가 새로운 행정부 대북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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