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북한이 현대그룹과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에 합의한 것과 관련, 일단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현대그룹간의 합의에 대해 “남북간의 새로운 대화의 문을 열 수도 있는 조그만 제스처로 환영할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크롤리 차관보는 이어 “이런 주변적 조치들(marginal steps)은 본질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계속 언급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롤리 차관보는 “우리는 그들이 2005년 합의(9·19 공동성명)에 따라 자신들의 의무와 국제 의무를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미 여기자 사면과 개성공단 직원 유성진 씨 송환 등 인도적 조치를 취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핵문제와는 무관한 ‘주변적 조치들’로서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위한 본질적인 북한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크롤리 차관보는 “우리는 그들이 비핵화를 위한 결정적 조치들, 되돌릴 수 없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면서 “그것이 바로 북한이 지금보다 다른 방향으로 가기로 근본적인 계산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최근 일련의 유화적 조치를 취하는 배경을 묻는 질문에 “누가 알겠느냐”면서도 “북한이 정치적 압력이나 경제적 압력, 아니면 이들 둘 다의 압력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 조정관이 지난주 언급한대로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사실상 이런 압력이 북한의 관심을 끌도록 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골드버그 조정관이 이끄는 대북제재 전담반은 20일부터 아시아 4개국 방문길에 올라 싱가포르, 태국을 거쳐 23~24일 이틀간 방한할 예정이며 25일에는 일본을 방문한다.
미 재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 관계자들이 포함된 대북제재 전담반의 이번 아시아 방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1874호의 이행 상황을 협의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