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전방위 요청…정부 대응 주목

미국이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다양한 요청을 쏟아내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한국 측 방위비분담금의 주한미군 기지 이전비용 전용문제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주한 미대사관 부지 변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는 참여정부보다 훨씬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성향을 감안할 때 자신들의 입장을 보다 수월하게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다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해왔다는 점 때문에 합리적인 선에서의 미국 요구 수용도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여론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미국은 한.미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방위비분담금의 주한미군 기지이전 전용문제에 대해 현직과 차기 주한 미군사령관을 통해 최근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터 샤프 차기 주한미군사령관 후보자는 지난 3일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한국 정부가 대부분 부담할 것이며 미국은 주한미군 2사단 기지 통폐합 이전 비용을 미 의회의 세출예산과 한국의 방위비분담 비용에서 충당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버웰 벨 사령관도 앞서 지난 달 12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 출석, “미 2사단 이전비용도 50대 50 배분 원칙에 따라 50%는 미국이, 50%는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재원 마련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하나는 미국의 비용에서 다른 하나는 주둔국의 비용분담금에서 나오도록 대체로 협의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미는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용산기지의 평택이전 비용은 우리가, 의정부와 동두천 등에 흩어져 있는 미 2사단의 평택이전 비용은 미 측이 부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샤프 후보자는 한국의 방위비분담 비율을 현재의 43%에서 50% 수준으로 상향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약 50%를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을 계속했다.

미국은 또 한국이 작년 말 철수했던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다시 파견해 줄 것도 요청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정몽준 의원에게 아프가니스탄 치안유지를 위해 현지 군인과 경찰에 대한 훈련요원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군.경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군대와 경찰을 파견해야 하므로, 이것이 성사되면 사실상의 재파병인 셈이다. 정부는 작년 말 철군한 지역에 불과 몇 개월만에 다시 군대를 파견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아 고민중이다.

미국은 아울러 주한 대사관 이전 예정 부지를 지난 2005년 한.미가 합의한 용산기지 내 ‘캠프 코이너’(Camp Coiner)에서 ‘캠프 킴’(Camp Kim) 맞은 편 부지로 바꿔 달라고 최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측은 용산기지 이전이 당초 예상한 2008∼2009년에서 수 년 미뤄지게 됨에 따라 대사관 이전도 덩달아 연기된 점을 들어 지상 부설물이 거의 없어 용산기지 이전계획과 별도로 조기 착공이 가능한 캠프 킴 맞은 편 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밖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의회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전면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 방미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는 북한의 반발이 우려되는 PSI 전면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대부분의 사안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부터 있어오던 문제인데 최근 미국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새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한다고 해서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성향을 감안하면 국익을 고려해 철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줄곧 강조해 온 점이 오히려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이다.

협상의 특성상 얻는 것이 있으면 양보할 부분도 있게 마련인데 이 같은 절충이 합리적인 선에서 이뤄지더라도 여론은 ‘미국에게 무조건 양보한다’고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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