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강력한 제재와 ‘포괄적 패키지’라는 대북 접근 기본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제적 고립이 가속화 되고 있는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 2차 핵실험 등 잇단 도발을 강행하자, 미국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제재를 동반하며 대화 테이블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방한에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한 제재를 천명하면서도 북한이 불가역적인 핵포기에 나설시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지난 2007년 저서인 ‘하드 파워(마이클 오핸런 공저)’에서도 북한에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주문하면서 포괄적 해법을 제시한 바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캠벨 차관보는 책에서 “북한문제는 북핵 폐기뿐이 아니며 그것은 첫 시작에 불과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캠벨 차관보는 북한의 핵문제와 함께 ▲재래 무기 감축 ▲화학무기 폐기 ▲구조적인 경제개혁 ▲인권 향상 등이 해결돼야 한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측에 이러한 포괄적인 요구를 하는 대가로 매년 10~30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사회간접자본 재건, 농업기반 복구, 교육체제 개선 등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북핵 해법으로 ‘제재-포괄적 패키지’ 입장에 힘을 실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전날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동의하면 북미관계정상화가 포함된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투트랙 전략’은 단계별로 주고 받는 식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전임 클린턴, 부시 행정부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90년대 중반 핵개발 동결 조건으로 원자로와 에너지를 지원했지만 북한은 꾸준히 핵개발을 추진해 왔다. 또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핵시설 폐쇄-핵신고 및 불능화 조치-핵폐기로 단계를 설정, 이에 이를 때마다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이를 모두 되돌렸다.
캠벨 차관보는 방한 중이던 이달 20일 “북한이 취한 도발에 대해 반드시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지난 몇년간 해온 외교패턴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제안에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북한은 23일 미국이 제시한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 “담보없이 안전과 자주권을 몇푼 돈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라며 “말도 안된다”고 즉각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북한 대표단의 리흥식으로 알려진 관계자는 푸껫 쉐라톤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포괄적 패키지는 말도 안된다”며 “현재의 위기는 미국의 적대정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포괄적 패키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해 “부시 정부에서 나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거세지는 압박에 따라 대내외적 고립이 심화 될 경우, 과거처럼 잠시 대화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은 있다. 최근에 북한이 취한 조치를 되돌리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하고, 형식적인 조치를 취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핵보유국 지위를 재천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핵보유국으로서 체제 안정과 세습을 노리는 북한이 공짜가 아닌 ‘포괄적 패키지’를 받는 시늉은 할 수 있어도 북핵 해법의 카드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