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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3일 재개 예정인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미국이 조건부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이 최근 들어 북한이 6자회담에서 요구하고 있는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달아 허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프로그램 파기 및 확인 ▲북한이 NPT와 IAEA 재가입 후 사찰 실시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는 연구용 원자로 금지 ▲핵연료봉 소유권은 미국이 보유한다는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이런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50 대 50이며, 이것은 미국이 6자회담을 무작정 끌면서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조건부 최후통첩’이란 것이다.
지난달 23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방미(訪美) 중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모든 핵이 폐기되고 투명성이 제고되면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제기하자, 라이스 장관이 공감을 표시해 미국의 태도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힐 차관보도 당시 “북한이 핵 이용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지 여부가 참가국간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그것은 큰 걸림돌이 아니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핵포기 의지 테스트 가능성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요구해온 평화적 핵이용 요구를 일축하면서 현 단계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투명하게 폐기하는 것이 6자회담의 과제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은 명백한 핵무기 전용사례를 가지고 있고, 평화적 핵이용을 명분으로 5Mw 원자로 등 일부 핵시설 폐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건부 평화적 핵이용을 꺼낸 배경은 6자회담이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적 핵 이용권 논란 때문에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원칙과 관련국의 합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힐 경우,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한 5개국의 공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우승지 경희대 교수는 “미국이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힌다면 이것은 북한의 핵폐기 의사를 테스트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부시 행정부에서 힐과 라이스 같은 협상파들이 국면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의 유연성에 북한이 화답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6일 <노동신문> 논평과 <조선신보>를 통해 5Mw 원자로와 신포 경수로 사업재개를 다시 한번 요구했다.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결단을 유도하기 위해 중재자의 입장과 함께 원칙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핵 포기 없이는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평화적 핵이용 문제에 집중될 것”이라며 “짧은 기간에 합의가 나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장기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단계 회담 일정과 관련, “아직 의장국인 중국에서 회담 속개 날짜도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에 회담과 관련된 정부의 대응방안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