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북자 난민수용’ …무엇이 장애물인가?

▲ 신변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국 내 탈북자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탈북자 난민수용에 대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후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 미국을 방문, 레프코위츠 특사를 만난 정부 당국자가 미국이 북한인권법 취지대로 탈북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를 질문하자, “올해는 법에 정해진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17일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2004년 10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북한난민보호’를 위해 ▲ 법 제정 후 120일 이내에 국무장관이 북한난민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고 ▲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며 ▲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1년 6개월이 넘도록,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미 당국의 구체적 조치가 없다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의 인권단체들도 미국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비판은 하면서도 정작 탈북자 수용은 한 명도 하고 있지 않다며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북한인권법 통과 후, 난민 허가 한 명도 없어

실제로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가 매 회계연도 말에 북한주민의 미국 망명이나 난민지위 신청 및 처리결과를 보고하도록 한 북한인권법 제305조에 따라 지난해 9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회계연도까지 접수된 난민신청은 13건이지만,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망명을 통해 정착한 경우도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모두 9 건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탈북자 난민수용이 어려운 이유는 ‘자석효과’를 우려하는 중국을 비롯한 북한 인접국들의 반대 때문이다.

미 국토안보부의 보고서는 대부분의 정부는 미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걸 환영하지만 일부 국가는 미국 등 선진국이 난민들을 정착시킬 경우 이른바 ‘자석효과’를 유발해 경제 목적의 이주자가 자국 영토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고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명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탈북자의 대부분이 중국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국가’는 중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어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탈북자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왔으나 관련국 정부들은 탈북자들이 한국 시민권을 취득해 한국에 정착하는 기존의 비공식적인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에릭 존 미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도 지난 해 9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UNHCR도 탈북자들이 남한 국적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들을 난민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탈북자들이 유엔을 통한 관례적 방식으로 미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9.11테러 이후 강화된 미국의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도 탈북자들이 난민 지위를 획득하는데 어려움으로 제기된다. 탈북자들에 있어 최적의 재정착지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존재는 ‘절박한 보호 필요’라는 난민 요건을 충족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제 3국 난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탈북자 난민수용 구체조치 가능하나?

2005년 3월 미 국무부 난민담당 부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국적자도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똑같은 난민지위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의 북한 난민들이 미국 재정착을 원할 경우 UNHCR 의 심사를 거쳐 미국으로 보내진 뒤에야 심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을 색출, 강제 북송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탈북자들이 UNHCR에 접근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지난 해 9월 미 정부는 ‘이민국적법’에 따라 미 의회에 제출한 2006 회계연도 난민수용 계획안에서 동아시아 지역 전체 ‘프라이어러티 3’(미국에 가족이 있을 경우 난민 수용 여부를 우선 심사) 범주에 총 200명을 할당하고, 북한과 미얀마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북한 난민은 미국의 난민수용 우선 심사 3개 범주 가운데 개인 단위로 ‘절박한 보호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 적용되는 ‘프라이어러티 1’에 이미 들어있는 경우 외에 가족재회(family reunion)의 경우인 ‘프라이어러티 3’으로 심사 범주가 확대되게 됐다. ‘프라이어러티 2’는 집단난민에 해당한다.

그러나 ‘프라이어러티 3’의 조건인 ‘가족 재회’에 대해 “적법한 미 영주권 .시민권자이거나, 미국에 이미 난민으로 받아들여졌거나 망명을 허가받은 사람의 ‘배우자, 21세 이하의 결혼하지 않은 자녀, 부모’”로 신청자격을 제한하는 등 그에 따른 조건이 엄격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탈북자는 극소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미 행정부가 탈북자 난민수용 과정을 간소화하는 구체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북한인권법 추진을 사실상 이끌어야 하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활동도 주목된다.

한편,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후 미국 난민지위를 얻기 위해 캐나다나 남미지역으로 밀입국 하려던 탈북자들이 늘었던 사례를 봤을 때, 미 당국의 탈북자 난민수용 개선 조치가 발표되면 미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들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