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북자정책 변화와 인권압박 배경

인권 카드를 앞세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압박 외교’가 날을 세우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답보상태에 빠진 이후 대북 인권문제에 매달리는 인상이 짙다.
특히 미 정부가 최근 탈북자 6명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면서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에 질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는 분석이 만만찮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조용히 거론하던 데서 벗어나 이를 공식화하고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를 광범위하게 지적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 김한미양 가족과 납북 희생자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가족을 만난데 이어 11일 중국의 기독교 반체제 인권운동가 3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적잖은 함의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 중국 정부를 압박하진 않고선 북한의 인권문제, 나아가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탈북자 6명을 미국으로 망명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공화당 중진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거세게 압박했다.

그는 이번 탈북자 망명 수용이 부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중국이 계속해서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할 경우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중국내 체류중인 수천명의 탈북 난민들에게 적절한 보호와 피난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간단체 디펜스포럼의 수전 숄티 대표도 “탈북자 6명이 지난 5일 미국에 도착한 것은 변화된 미국 정책추세의 시작일 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이 이번에 처음으로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인 것을 계기로 앞으로 비슷한 유형의 조치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개성공단 문제로 한국 정부와 걸끄러운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는 1-2달내 대북 인권관련 조치들에 대한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아직 보고서의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강경 기조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연구원도 중국내 탈북자들의 잇단 미국행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한국 정부와는 무관하게 독자적 대북 인권정책을 시작한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인권과 종교, 자유, 민주주의 카드를 쥐고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 소기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뾰족한 해법이 없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권 문제와 탈북자 정책 변화, 금융제재 카드로 압박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해석도 있다.

물론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을 대거 수용함으로써 북한의 ’체제 변형’ 또는 ’레짐 체인지’를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한인권법안 제정의 핵심세력인 마이클 호로위츠 연구원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핵 우선이냐, 인권 우선이냐 하는 논쟁은 끝났다”고 단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물론 이런 관측이 아직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헬싱키 프로세스’를 준용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헬싱키 접근’은 19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주권 존중과 전쟁 방지, 인권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헬싱키 협약이 체결된 뒤 서방세계가 소련과 동구국가들을 인권과 자유 문제로 압박, 결국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경험을 도입하려는 구상이다.

브라운백 의원이 이날 회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과거 옛동구권의 인권개선을 위해 인권문제를 부각시켰던 ’헬싱키 선언’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힌 것은 선언적 의미가 적지 않다.

부시 정부는 이제 북한과 대화할 때 북한 인권문제를 협상의 주의제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굳힌게 아니냐는 분석이다./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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