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린턴 전 대통령 제2의 지미 카터 되나?














▲ 1994년 6월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일성이 선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 교섭을 위해 방북길에 올랐다.

북한이 여기자 석방 교섭을 명분으로 미국의 고위층 방북을 요구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양국 관계를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갔다가 극적 타결을 모색하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로도 읽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에 보낼 수 있는 인사 중 최고위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재임 시절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고, 2000년에는 조명록을 미국으로 초청해 조미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퇴임 직전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방북 문제를 검토했을 정도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양국 관계를 호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미국의 외교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의 남편이라는 점도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도착하면 먼저 김정일을 만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외교가에서는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북한의 여기자 석방, 6자회담 복귀 및 핵 동결 선언, 미국의 제재 부분 또는 완전 해제, 관계 개선 방안 도출,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이 패키지로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도출되기에는 양국 관계를 둘러싼 상황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했던 1차 북핵 위기와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인질 협상과 동시에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을 위한 전향적인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달래고 중국이 떠미는 형태지만 못이기는 척 하고 6자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고, 핵 동결을 선언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핵 관련해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스스로 예고한 대로 6자회담에 불참하는 대신 이러한 형태의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인도적인 원조나 경제적 지원은 가능하지만 북핵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먼저 핵폐기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무역과 금융제재를 해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6자회담 복귀와 핵 동결 선언만으로 미국이 제재 해제와 관계개선을 논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 때문에 국제사회에 내세운 북핵 접근 원칙을 스스로 허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조건에서 비교적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여기자 석방 대가로 북한 소유의 제3국 계좌의 동결을 일시적으로 해제하거나 인도적 대북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을 선언했고, 미국은 잘못에 보상하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명시적인 합의안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협상 결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미동맹이 튼튼한 이상 한국의 의견을 무시한 채 양국이 일방적인 합의를 내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북대화를 환영하고 북한의 선 핵 포기 주장을 의연하게 지켜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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