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8일 북한이 핵프로그램 포기 등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다만 (이를 위해) 북한이 정말로 첫번째 취해야할 조치 가운데 일부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캠벨 차관보가 언급한 첫번째 조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하고 6자회담 논의에 따른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장치 동결을 먼저 취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그는 또 ‘제재와 대화’ 라는 미 대북정책의 ‘투트랙 전략’을 설명하면서 “우리 대통령은 북한의 핵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유인책을 제공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인책은 필요 없다”면서 “도발에 대한 대가는 북한이 반드시 치러야 하며 북한은 고립과 경제난으로 견딜 수 없게 돼 시간이 지나면 결국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우리는 북한이 협상장에 복귀하길 원할 경우 문은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캠벨 차관보는 북핵문제에 대해 포괄적 해결 입장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 중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라인은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이 대북제재를 담당하고 있고, 협상담당으로 보즈워스 대북특사와 성 김 수석대표가 맡고 있다.
한편, 캠벨 차관보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5자협의와 관련 “한·미 양국은 적절한 시점에 5자회동이라는 대안을 모색해왔지만 그런 회동을 갖기 위해서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면서 “태국 푸껫에서 그런 것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다만 5자협의라는 구체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모든 관련국이 태국에서 곧 서로 협의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게 양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러시아,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5자협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한 가운데, 6자회담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ARF에서 5자협의가 추진되지 않더라도, 3자, 4자 등 변형된 형태의 협의가 추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ARF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는 클린턴 국무장관을 수행하는 캠벨 차관보는 회의 참석에 앞서 한국을 방문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 인사와의 일정을 소화한 후 20일 태국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