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정오에 공식 취임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미국에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내세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취임식 연설에서 어떤 대북 기조를 밝힐지 주목된다.
우선, 북한은 미국의 태도에 따라 대미 전략을 선택하겠다고 미국에 공을 던져 놓은 상태다. 하지만 미국 내부 통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국내 현안이 시급한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식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을 하거나 북한에 대한 발언을 전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미국과 북한의 탐색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출범 시작부터 북한의 도발이 이어진다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정도의 현상 유지 전략을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미국 신 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에서 있던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다”며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촉구한 것이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역대 정부를 괴롭했던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고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졌다”며 “기존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합의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면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블링컨 지명자는 “어떤 옵션을 가지고 있는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압력을 증가시키는 측면에서 효과적인지, 다른 외교적 계획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직까지 미 신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일부 계승할지 아니면 원점화할 지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까지의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진용을 살펴보면 대북 제재를 강화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지명자를 비롯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등 외교안보 분야 인사 대부분이 제재를 통해 이란의 핵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도 제재를 통한 압박을 우선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적어도 북한에 ‘선대선’ 전략을 펼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 제재를 강화하기 전 미국이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20일 데일리NK에 “조만간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없는 실무회담을 제안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북한은 대북적대시 정책의 우선 철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다음 단계로 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교체를 결정하고 후임에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내정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통’인 정 보좌관을 외교 수장으로 임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