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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시 행정부가 추가적인 대북(對北) 경제․금융조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추가조치가 향후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으로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면허’를 취득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미국은 최근 효과적인 대북제재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대북결의안이 발표되자 북한 미사일 구매에 관심을 보이던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방북을 취소하는 등 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미 재무부 몰리 밀러와이즈 대변인은 18일 “미국 정부는 유엔 대북결의안이 이미 통과된 만큼 유엔 회원국들과 협조해 북한의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지원하는 금융망을 차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새로운 형태의 금융조치를 준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WMD 관련 자금 흐름 차단을 책임지고 있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은 18일 2박 3일간의 방한을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 금융부문을 WMD 확산, 돈세탁, 테러 자금 등 불법 활동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에 관해 한국측과 견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가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혀 남에서 북으로 흘러가는 자금의 성격과 전용(轉用)문제에 양국간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정일 해외 비자금 계좌도 포함되나
레비 차관은 한국을 방문한 이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돌며 WMD 관련국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협의를 벌인다. 이후 본격적인 대북 압박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싱가포르, 호주 등 일부 은행의 북한 계좌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40억달러~60억달러로 추정되는 김정일의 해외비자금도 금융조치의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은 스위스와 일부 유럽국가, 동남아 등에 흩어져 있으며 김정일은 이 비자금으로 측근들과 군부관리, WMD 개발에 사용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김정일 비자금 계좌를 동결할 경우 통치자금이 말라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김정일 체제의 운명까지 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경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국내 인터넷 매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제적인 대북 금융압박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정도로 국제사회의 협조체계가 구축된 이상 북한의 국제금융망에 대한 통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 북한의 WMD관련 자금운용 문제뿐 아니라 북한에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과 WMD 전용문제에도 실질적인 차단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한미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남한산 인정까지 요구할 정도로 남북경협에 대한 미련이 강해 한미간 이견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적인 상화 악화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 정부도 경협을 끝까지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면적인 경제조치 효과를 위해 북한군 관련 무역사업소와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들과 북한 당국의 돈세탁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금융기관은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미국은 컨테이너보안조치(CSI 각국의 항만에 보안요원을 파견, 화물내용을 확인하는 조치)를 강화해 세계 각국이 북한에 미사일 제조 관련 부품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를 통해서 미사일이나 미사일 기술의 확산방지 도모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이를 통한 대북 감시와 통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의 김정일 정권은 군사력을 앞세운 ‘1인 조폭정권’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두목’의 조직관리 자금을 죄어들어가는 조치는 결국 김정일의 목줄을 죄어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