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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일주일째를 맞이한 19일 오전 참가국들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안전보장, 미-북, 미-일 관계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경수로 건설문제 논의 등에 관한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공동성명은 A4 4장 분량으로 총 6개 조항과 관련 18개 세부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성명은 향후 핵폐기 일정과 방법, 시기를 다루게 될 실무회담의 기초가 된다.
이번 공동성명 중 북핵폐기와 관련한 핵심내용은 첫 번째 조항에 담겨있다.
공동성명 첫 번째 조항에는 ‘조선(北)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했고, 빠른 시일 내에 NPT와 IAEA의 보장∙감독으로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혀 북한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관련 핵프로그램 모두가 폐기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현 단계에서 평화적 핵 활동 또한 당연히 금지된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 내에 NPT와 IAEA에 복귀하겠다는 북측의 약속은 ‘先 핵폐기’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참가국들도 이런 이해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관계정상화나 평화체제를 선결 조건 내지는 동시 행동으로 요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다.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은 고농축 우라늄(HEU)을 포함하고 있지만, 북한이 그 존재를 부인할 경우 미∙북 간에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당한 시점’ 두고 북-미 현격한 시각 차이 예상
첫째 조항 마지막 문장에서 “북한은 핵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 대해 존중을 표시하고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적고 있다.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미국이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최종 양보안으로 검토된 내용이다. ‘적당한 시점’은 북-미 양국의 요구를 절충한 표현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완전한 핵 폐기를 통한 투명성과 국제적 신뢰 회복’을 전제로 하지만, 북한은 그 시점을 앞당길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적당한 시점’이란 표현은 공동합의문 작성을 위한 ‘묘수’ 역할을 했지만, 언제든지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에 핵 공격을 포함한 어떤 무력으로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약속했고, 한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음을 확인하고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했다.
합의문 두 번째 조항은 북∙미 관계, 북일관계 정상화를, 세 번째 조항은 경제협력과 에너지 지원을 합의했다.
평화체제 논의, 당사자간 별도의 포럼 구성키로
합의문 네 번째 조항은 “직접 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적절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서 평화협정 체제를 협상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평화체제 논의는 6자회담과 별개의 당사자간 협상 틀을 만들 전망이다. 평화체제 논의는 북한이 높은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반면, 미국과 한국은 북핵 폐기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직접 당사자 또한 북한은 미국을 지목하는 반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 또한 향후 큰 난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합의문 마지막 조항에서 참가국들은 5차 6자회담을 11월 초 베이징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날짜는 상호 협의키로 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11월 초부터 실무그룹(Working Group) 구성문제를 시작으로 핵 폐기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로드맵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공동성명 합의문이 채택된 긍정적 모멘텀이 유지되면서 희망적인 대화와 토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공동 합의문이 회담의 원칙과 방향을 결정했을 뿐이고, 그 내용도 애매한 절충과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 실무 회담에서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공동성명이 북핵 폐기를 위한 주요한 디딤돌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핵 폐기 시기와 방법, 관계 정상화 및 평화체제, HEU 문제, 핵 시설 폐기와 검증을 위한 사찰 등 난제는 산적해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이번 합의 배경에 대해 “중국이 지난 1, 2, 3차 회담과 다르게 적극적 중재 및 조정 역할을 한 것과 미국과 북한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북한이 합의를 거부할 경우 국제적 책임 추궁과 제재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고, 미국은 이라크 분쟁과 뉴올리언스 대책 문제로 새로운 외교 현안에 돌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며 “이러한 배경이 두루 작용해 합의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