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파와 민주당이 변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 주최, 북한인권국제회의(워싱턴)

이번 워싱턴 D.C에서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국제회의」 참가를 위해 현지에 체류하면서 느낀 점은 최근 미국 내 북한인권 아젠다와 관련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 민주당에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진보’를 표방하는 열린당이나 DJ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민주당에는 북한인권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문제제기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북한인권문제를 이야기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양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향 말이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에는 그런 사람들이 드물다. 예컨대 지난해 상하원에 북한인권법안이 상정되었을 때 여기에 결사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은 없었다. 7월 21일 하원 본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은 물론이고 9월 28일 상원에서도 만창일치로 통과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공화당의 이슈선점, 핵 우선론에 밀려 있었을 뿐

특히 상원에는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장 본회의로 법안이 올라오는 ‘핫라인’ 방식으로 상정되었는데, 이렇게 되면 단 한 명의 상원의원이라도 반대하면 다시 상임위부터 심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최소한 몇 명은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연내(2004년) 처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의 소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민주당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반 바이(Evan Bayh)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있긴 하지만 대체로 공화당 의원들이거나 아니면 기독교 우파들이었다.

그동안 미국 민주당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 않았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정치적 이유이다. 공화당이 먼저 이슈를 선점하여 치고 나가고 있으니 자기들도 함께 목소리를 높이면 따라간다는 인상을 주어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인권보다는 핵 문제가 정책 우선 순위가 높고, 인권을 이야기하게 되면 핵 문제를 푸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미 국무부의 다수 생각과 흡사하다. 물론 미 국무부에서도 민주, 노동, 인권담당 차관을 맡고 있는 폴라 도브리안스키(Paula J. Dobriansky)는 좀 예외다. 직책이 직책이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에 꽤 적극적이다. 그러나 국무부, 특히 한국 데스크는 핵 우선론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 조그마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7월 13일자 ‘볼티모어 선’지에 미국 내 대표적 진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Michael O’Hanlon)과 민주당원인 부르스 리(Bruce Lee, 한국계)가 민주당도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볼티모어 선’ 기고 원문보기

Wrong on North Korea, The Baltimore Sun, July 13, 2005

그리고 24일 ‘뉴욕타임스’의 대표적 컬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도 북한인권문제에 미국의 진보 진영이 나서야 한다는 글을 썼다.

‘뉴욕타임스’ 칼럼 번역문 보기

“그 지점은 우파가 옳았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마이클 오핸런과 니콜라스는 대표적인 반(反)부시 진영 사람들이다. 특히 니콜라스는 ‘뉴욕타임스’에 부시를 비판하는 글을 주로 쓰는 사람으로 아주 유명하다.

미국 민주당의 변화, 한국 햇볕론자 입지 위축될 것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계가 좋았다. 그런데 그런 민주당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의 대표적 친한파(親韓派) 인사였던 스티븐 솔라즈(Stephen Solarz) 전 의원도 북한인권문제에 적극적이다. 그는 김대중 납치사건 때 그의 구명을 위해 노력한 인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주 인연이 깊다. 그러나 DJ가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사실 때문에 그에 대해 아주 실망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 민주당의 대표적인 정책조언자인 마이클 오핸런,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표적 언론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까지 북한인권운동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좌, 우 할 것 없이 범국민적인 북한인권운동이 전개될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 워싱턴 D.C에서 만난 국제구호단체들의 경우에도 반영되고 있다. 즉, 그동안 인도적 지원에만 관심을 집중해 왔는데 여기에 얼핏 상충돼 보이는 ‘인권’이라는 아젠다를 어떻게 연결할가를 목하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백안시 하는 이른바 햇볕론자들의 국제적 입지는 더욱 더 좁아질 것이다.

앞으로 프리덤하우스가 주관하는 북한인권 국제회의가 두 차례 더 예정되어 있고, 내년 5월경에는 노르웨이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하는 제7회 북한인권난민 국제회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러한 국제적 인권문제 제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햇볕론자들의 입지를 극도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미국, 유럽을 거쳐 조만간 한국 내에서도 북한인권운동이 대세를 점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한기홍 /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 본지 발행인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