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원식량, 北 취약계층에 요긴

미국이 내달부터 1년간 북한에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한 곡물 50만t은 북한 주민들의 1년 최소 필요량으로 알려진 520만t의 10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이는 또한 640만명으로 추산되는 유치원.탁아소 아동들이나 산모, 노인 등 취약계층의 반년치 기본량이기도 하다고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봤다.

그러나 미국의 원조식량이 온전히 취약계층에 돌아간다고 가정하더라도, 5∼6월 춘궁기 이후나 이들에게 분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계층이 춘궁기 고개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북한 농업과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군 비축미를 풀고 북한에 인접한 남한과 중국 정부가 육.해로를 통해 식량을 긴급지원해야 취약계층을 아사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17일 “미국이 지원하는 식량 50만t은 북한의 취약계층 640만명 전체를 대상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치원.탁아소 아동들이나 산모, 노인 등 취약계층이 반년치 먹을 기본적인 양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수확한 식량이 바닥나고 이모작 작물의 수확이 이뤄지기 전인 5∼6월 춘궁기 때의 취약계층 아사를 막는 것은 미국의 식량지원 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미 정부가 50만t 가운데 올해 지원할 수 있는 양은 많아야 10만∼15만t 정도이고, 빨라야 7∼8월께부터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국의 지원은 북한의 내년도 식량사정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당장 5∼6월 아사자를 막는 데는 효과가 없다”고 우려했다.

7-8월엔 이모작 작물로 근근이 유지하다 8월 이후에 미국의 원조식량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당장 내일 먹을 식량을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이 발표되자 일각에선 북한 장마당에서 매점매석 물량이 나오는 등으로 곡물가가 하락해 취약계층의 사정이 나아지고 안도감을 갖게 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미국의 지원 소식이 돌면 일시적으로 ’비쌀 때 팔자’며 식량이 다소 많이 풀려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겠지만, 실제 미국의 지원식량이 당장 내달 도착하지 않을 경우 그 효과는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이승용 사무국장은 우려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군 비축미를 풀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신속히 지원에 나서야 5∼6월 발생할 수 있는 아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태진 위원도 “미국의 식량 지원이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데 요긴하겠지만, 미국의 지원만으로는 북한이 대량아사 사태를 면하기 어렵다”며 한국과 중국의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북한 당국이 예년과 같이 40만t의 곡물을 수입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100만t가량 부족한 상황이어서 미국이 올 가을까지 20만t을 보낸다고 쳐도 80만t을 더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은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자가 발생한 것은 식량난이 누적됐기 때문이므로 올해 상황이 그때와는 다르지만 “최악의 경우 올해도 대량아사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도 1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법은 해외에 식량을 지원할 때 미국 농부가 생산한 식량을 미국 화물선으로 운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식량이 도달하기까지는 몇달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의 경우 분배감시 못지 않게 시급한 조달이 중요”하므로 ’시급성’을 감안해 “한국 혹은 일본이 미국의 지원물량을 떠맡을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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