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유보…북한에 출구 모색 기회주나?

유엔안보리의 천안함 ‘의장성명’ 이후 미국이 독자적 대북 양자조치를 유보할 것으로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미국은 천안함 사건 직후 독자적인 대북제재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문제를 담당할 조정관에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을 임명, 북한의 돈줄을 죄는 금융제재 등에 본격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나았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9일 안보리에서 의장성명이 나온 직후 180도 달라졌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 뜻을 밝히면서 미국이 대북제재를 유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13일(현지시간) “지금은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이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볼 시점”이라며 “당장 북한에 대해 취할 구체적인 조치들을 예상할 수는 없다. 현재 다른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할 시점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독자적 대북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간접 시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그동안 자체 검토해온 양자 제재조치들을 북한의 태도변화를 봐가며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이후 한국과 공조해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마련해 놓았고 안보리 성명 직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장성명 직후 북한이 대화를 선(先)제의하면서 일단 북한의 태도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것이란 해석이다.


안보리 성명이후 북한은 10일 “우리는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강경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인 셈이다.


때문에 미국도 예정된 대북제재 조치들을 일단 유보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제재의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며, 평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독자적인 양자조치를 벌여 분위기를 깨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내에선 추가적인 양자조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론 독자적 제재 수위와 실행 시기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만약 북한이 계속해서 유화적인 태도로 나오면 미국의 양자조치가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안보리 의장 성명이후 한미의 입장이 애매하게 된 상태”라면서 “미국은 한미간의 대화채널과 중국의 반응 등을 보면서 양자조치를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의 수위로 조치를 취할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21일 한미 국방·외교 장관회의와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에도 구체적인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미 양자조치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에게 “한미 양자조치의 내용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말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정부가 안보리 성명이후 대북제재를 본격화할 것이란 입장과 비교할 때 다소 물러선 입장이다.


미국의 천안함 대응조치 발언에서도 이러한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의장성명 이후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양자제재와 관련,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라는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 소식통도 “미국이 제재 뜻이 없는 것 같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확인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보인 것에 반응해 ‘6자회담 전제조건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라’고 한 대목에서도 미국의 이러한 분위기가 읽혀진다. 제재를 유보하고 북한 당국에 ‘행동’을 촉구,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특히 중국의 반발로 한미 연합훈련 규모와 시기를 유보한 부분도 향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해,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켜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현 상황에서 북한을 강하게 몰아간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북한의 태도를 관망, 북한에게 일종의 출구를 모색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한 “의장성명 이후 중국도 6자회담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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