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동참 압박 ‘가시화’..정부 대응논리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의 강경입장은 17일(한국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라이스 장관은 회견에서 “각국은 우리의 공통 안보의 혜택 뿐 아니라 부담도 공유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중국 뿐 아니라 한국도 대북 제재에 나서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될 수있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이 중단없이 지속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이 북한과의 활동 전반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볼 것”이라며 “많은 부분이 북한이 하는 일(핵개발 등)과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suspect)”고 말했다.

그는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국제사회의 연대로 북한압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도 재천명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으로 비춰볼 때 오는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그는 미국의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중단이나 PSI 참여 등에 대해 극히 부담스러워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미 갈등이 다시 부상할 여지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지속 여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던 정부의 입장은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유지’쪽으로 일단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결의안이 채택된 15일 “이번 결의안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은 무관하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채택된 유엔 결의안 1695호 이후 국내외에서 계속돼온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재검토 압박에 대해 지속 방침을 천명한 우리 정부의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가 핵실험 이후 상황에서도 먹혀들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정부는 효과 대비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이 연 2천만달러에도 못미칠 정도로 크지 않고 또 이 돈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전용된다는 것도 증명된 바가 없는 반면 두 사업의 중단이 남한 사회에 가져올 파장은 엄청나다는 논리인 것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13일 “그것(개성공단.금강산관광사업)들을 중단해 제 살을 찢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상대방을 아프게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또 “두 사업이 중단된다면 국민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해외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두 사업의 지속 여부와 관련, 16일 “정부 입장은 지금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달라진다 아니다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고 다소 모호하게 말했다.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의를 앞두고 정부의 입장을 단정적으로 드러낼 수 없다는 고민이 묻어난 표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요구는 남북경협보다는 PSI 참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보다 핵확산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결의안 채택 이후 가진 비공식 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와 PSI가 직접 연관은 없다”며 “우리는 남북해운합의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조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은 북한과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내포해 한반도에 긴장감을 극도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결의 이행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도록 이뤄져야 한다는 이 지역 국가들의 우려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나름의 이해를 표시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다면 최후의 보루는 중국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 의장국이자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이 PSI나 일반적 상거래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의 입장을 항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13일 “중국이 안보리 결의문 이행에 어떤 형태로든 동참할 것이고 우리도 그 수준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 보다 강경해진 국내외 여론과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워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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