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의회, 북핵 해결에 ‘올 인’하나

북한 핵문제 해결에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핵 협상이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에 완전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촉구하는 친서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고, 의회도 이에 맞춰 핵폐기 및 해체에 필요한 예산을 보장하는 등 미 정부와 의회가 북핵 해결에 ‘올 인’하는 분위기다.

이라크전 후유증으로 위기에 몰려있는 부시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통해 유일한 외교업적을 남기려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해온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이처럼 북핵문제 해결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민주당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의기투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미 의회는 12일 영변 핵 시설 불능화 및 북한의 비핵화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적극 지원할 방침을 확인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바버라 박서 동아태 소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이달 초 평양 방문 및 대북 협상 상황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박서 위원장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외부 세계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핵 협상을 진전시키는데 1억600만달러(약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금액”이라며 승인 방침을 확인했다.

이 자금은 2·13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 지원과 영변 핵시설 폐쇄 및 검증에 대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 하원이 12일 내년도 국방예산안인 국방수권법안을 찬성 370, 반대 49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한 것도 북핵 해결에 청신호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비핵화 국제안보프로그램 예산으로 총 1억3천970만달러를 책정하면서 올해 대비 증액분 1천300만달러중 500만달러를 핵폐기와 투명성 확보 목적으로 사용토록 했다. 특히 이 500만달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기술적인 지원을 포함한 핵폐기 및 투명성 확보용”으로 정의했다.

이 예산은 대북 협상과정에서 대북 지원을 위해 기존에 의회에 요청했던 1억 600만달러와는 전혀 다른 예산으로, 내년도 핵해체 단계를 상정한 예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91년 샘 넌, 리처드 루가 상원 의원에 의해 공동 발의된 이른바 ‘넌-루가법’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1991년부터 옛 소련의 해체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취지하에 옛소련의 해체에 대한 지원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을 실행중이다.

다시 말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검증 가능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은 16억달러 규모의 정부예산을 마련,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에 있는 수천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잠수함과 폭탄을 제거하는데 원용됐다.

그간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전문가들은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위해 미 정부가 북한에 직접 자금과 장비,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실제 넌 의원은 “북한의 핵시설 폐기 완료단계가 되면 넌-루가 프로그램을 북한의 비핵화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루가 의원은 “한반도 실정에 맞는 ‘북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순 외교장관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 루가 의원을 만나 이 법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번에 거론된 예산은 이 법안과는 무관하다. 무엇보다 넌-루가 프로그램을 북한에 적용키 위해선 옛 소련의 핵무기를 해체하는 목적으로 제정된 넌-루가법을 개정, 적용 대상을 북한으로 확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의 핵해체가 본격화되면 이 법의 적용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의회가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요구했던 것을 철회한 것도 하나의 큰 변화다. 부시 행정부가 북미간 핵협상을 6자 회담 등을 통해 잘 진행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철회 조치를 내렸다는 게 의회 측의 설명이다.

의회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대북조정관 임명 요구 철회는 6자회담의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 대한 의회의 신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핵 문제에 관한 한 힐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의회가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미 상원 국토안보위 산하 소위가 당초 13일 열기로 했던 유엔개발계획(UNDP)의 대북사업 청문회를 돌연 연기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런 일련의 ‘당근책’도 북한이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신고와 핵폐기를 이행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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