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최근 북한이 비밀리에 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ODNI는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2008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대량파괴무기 및 첨단무기와 관련된 기술 획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고 플루토늄 생산 프로그램의 일부를 불능화 했지만, 우리는 적어도 과거에 북한이 HEU 능력을 추구했다고 계속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는 “정보기관 내 일부 인사들은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를 더욱 크게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가 지난 15일 원자과학자학회지 기고문에서 “북한이 2007년 하반기와 2008년 제출한 두 가지의 아이템에서 미국 전문가들이 고농축 우라늄 흔적을 찾아낸 뒤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한 의심이 증가됐다“고 평가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헤커 교수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연구시설을 가졌을 가능성은 매우 높으나 산업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혀 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아직까진 기초적인 수준임을 시사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북한이 사거리가 늘어나고 정교한 탄도미사일의 개발·생산·실전배치를 계속 추구해 왔다며 “북한은 미사일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다양한 해외망을 통해 원재료 및 부품을 계속 구매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은 미사일과 관련 기술을 계속 수출하고 있다며 지난 수년 동안 중동,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탄도미사일 관련 장비, 부품, 원재료, 전문기술, 전체 미사일 시스템 등을 수출했다고 적시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은 퇴임 직전 북한이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을 도왔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고,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한이 비밀 HEU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정보 당국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ODNI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과거에 핵무기용으로 판단되는 우라늄농축 능력을 추구했다는 것을 상당한 확신을 갖고 평가하며,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는 점은 보통 이상의 확신을 갖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절 북한의 HEU와 관련,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HEU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제네바 합의가 깨졌고, 그로 인해 북한이 더 많은 플루토늄을 갖게 됐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플루토늄 문제에 집중해 HEU 문제 제기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북한이 지난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정에 반발, 경수로 발전소 자체 건설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을 언급한 것은 HEU 프로그램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