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기관, “김정일 핵무기 완전 포기 않을 것”

올들어 각 정보기관 등을 상대로 일련의 비공개 청문회를 열어온 미 상원 정보특위는 지난 16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국토안보부,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등 주요 정보기관 책임자들을 불러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당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2월10일) 직후여서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 및북한의 동기 분석에 대한 이들의 증언이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끌었으나, 대외정보총괄기구격인 CIA의 포터 고스 CIA 국장의 증언이 주로 소개됐다.

그러나 DIA의 로웰 자코비 국장과 INR의 토마스 핑거 국장의 증언도 각각 대외정책에서 은근한 경쟁관계인 국방부와 국무부의 분석 시각과 인식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다.

INR은 DIA와 달리 직접 현장에서 정보 수집을 위해 뛰는 공작원없이 수집된 정보를 분석.종합하는 인력 170여명으로 구성된 비교적 작은 기구이지만, 이라크전 직전 이라크 핵개발 능력에 회의를 나타낸 분석이 나중에 정확한 것으로 밝혀져 성가를 높였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7월 집중 소개하기도 했다.

당일 증언에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DIA는 가정법을 사용해 대포동 2호의 미본토 핵공격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INR은 “증거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가운데 핵미사일을 개발했더라도 현재로선 동북아지역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부 대목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또 INR은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위해 “정보수집 이외에” 전 세계 각 지역에 대한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정통한 식견”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국무부의 풍부한 지역전문 인력과 지식을 자랑했다.

다음은 INR와 DIA 국장의 청문회 증언 모두 진술가운데 북한관련 요지.

◇ INR =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최근 분명히 밝힌 대로 미국이 직면한 위협을 봉쇄하고 대응하고 줄이려는 노력엔 외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선 정보수집 효율화 외에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동기와 목표에 대한 심층 이해가 필요하다.

일부 소수 국가를 제외하곤 미국 등 강대국들에 대한 억지력을 갖지 못하고 (사실이든 아니든)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나라들이 이같은 힘의 불균형에 대한 해법으로 비대칭적인 방식을 추구하면서 대량살상무기와 이의 운반 능력 추구에 나섰다.

단적인 예가 이라크전 개전 후 나온 북한의 성명들이다. 이들 성명의 의도는 자국 주민과 잠재 적대국들에게 자신들은 사담 후세인과 달리 (핵) 억지력을 가졌다는점을 알리려는 것이었으며, 2월10일 성명도 이를 되풀이 한 것이다.

북한은 소수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핵물질을 생산해냈지만, 2.10 성명과관계없이 실제 핵무기를 만들었는지, 핵무기를 탑재하고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미사일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이들 무기를 만들었다면동북아지역에 있는 미국 동맹들과 미군 및 미국인들은 타격할 수 있다. 이란이 핵무기나 미사일을 추구하고 있으나 아직은 미국에 도달할 능력이 없다.

INR은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핵무기의 미국 영토에 대한 위협은 약하며 급박성을 띠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잠복한 상태이지만치명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들 위협이 잠복 상태 그대로 있도록 가두는 게 외교의 우선 과제이다.

지금까지는 이론적 가능성인 테러범들의 핵무기 입수와 관련, 우리는 알 카에다가 핵물질을 확보했다거나 이를 위한 계획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비국가(non-state) 단체나 개인 등이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핵물질을 얻는 유일한 길은 암시장을 통해 구입하거나 핵보유국 등으로부터 훔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물질을 다른 나라나 비국가 행위자에게 판매.공여했다는 증거는 물론 양도하겠다고제의한 증거도 없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가정할 수는 없다.

INR은 미국에 대한 재래식 군사공격의 위험은 매우 낮다고 본다. 미국의 대대적인 보복이나 궁극적인 국가소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정책결정자 전부가 비합리적이거나, 혹은 완전히 비합리적인 독재자를 제어할 시스템이 전무한 경우와 같은 비합리적 행위자 모델을 상정한다면야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현재 그런 모델의 나라는 아무데도 없으며, 앞으로 한동안은 미국의 군사력이 그런 자살적인 모험을 억지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 북한은 재래 군사력의 쇠퇴 혹은 정체로 인해 미국과 한국을 억지하기 위해선 핵무기가 필수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고 믿는다.

북한은 200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을 추방한 뒤 영변 시설을 재가동,8천개의 사용후 연료봉으로부터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지난주 핵무기를 제조했다고 공개 주장했다.

김정일(金正日)은 결국 협상을 통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일부를 포기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 체제 도입에도 동의할지 모르나, 핵무기 능력 전부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어떤 조건하에서 핵무기나 기술을 판매할지는 모른다.

북한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외교적 우위를 달성하고, 대외판매를 통해경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탄도탄 미사일 개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대포동 2 미사일의 시험발사 준비가 돼 있을 수도 있다.

이 미사일은 2단계 변형체로는 미국의 일부까지, 3단계 변형체로는 미국 전역까지 핵탄두를 겨냥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도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 미사일은 그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군의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다.

북한의 군사능력의 저하는 같은 기간 한국군과 한미연합군의 군사력이 크게 증대한 것에 비춰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북한이 100만명 이상의 대군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태반을 평양 남쪽에 배치해놓고 있다는 점엔 변함이 없다.

북한은 경제를 희생하며 선군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미국-한국의 공격을억지하는 동시에 징집을 김정일 일가 권력 유지를 위한 사회화에 활용하는 면도 있다.

또 이같은 대군의 위협이나 허풍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정책 선택을 제약하기도한다. 미국이나 한국에 의한 제재 혹은 군사압력 말이 나올 때면 북한은 “전쟁 행위”로 간주한다거나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무력증세, 군사력이 국력이라는 지도부의 인식, 그리고 변화를 시도했다간 지도부가 위태로워지는 체제의 특성 등도 북한의 대규모 군대 유지 요인이다.

북한은 대포와 미사일로 한국을 기습공격할 능력을 갖췄으며, 이를 사전탐지할 조기경보 체제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런 도발행위는 거의 가능성이 없다.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생존)목표와 반대되는 행위이고, 한국군과 한미연합사령부(CFC)의 대응을 촉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적으로 정권은 안정돼 보인다. 북한 특유의 철저한 세뇌와 보안기구,당조직, 그리고 충성스러운 군대를 통해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