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현직관료 잇따른 北核 ‘강경발언’

오바마 미 차기 행정부 출범을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부시 행정부 내 전·현직 고위관리들이 잇따라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북핵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과 핵확산 문제를 다시 언급하고, 대북 압박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지난 8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을 도왔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며,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앞서 7일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비밀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정보 당국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전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9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반드시 북한의 핵시설을 제거하고 플루토늄과 핵무기까지 모두 없애야 한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경우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릭 에델만 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도 미 평화연구소가 최근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미 재무부가 취했던 금융 제재 같은 경제적 압박책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정보기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그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최근 오바마 행정부에 보내는 정책 제안서에서 “북한과 협상하는 데 외교는 물론 군사와 경제적 압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이 잇따라 북핵문제와 관련한 강경 발언들을 내놓은 것은 북한과의 ‘직접대화’까지 천명한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출범에 앞서 북핵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됐던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불능화도 검증문제로 여전히 공전상태에 빠져 있고, 나아가 UEP와 핵확산 문제는 지난해 4월 미·북 싱가포르 협의에 따라 비공개의사록에 담는 방향으로 처리돼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차기 미 행정부가 풀어야 할 짐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단기적 성과에 매달려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에만 집중할 경우 UEP와 시리아 핵협력 의혹이 자칫 거론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11일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를 포함시키는 문제만 놓고도 진통을 겪고 있는 6자회담에 UEP와 핵확산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는 점을 오바마 행정부에 상기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기 말 외교적 성과에 급급해 대북 압박정책에서 대화중심으로 방향선회를 취했던 부시 행정부 내 전·현직 관리들의 대북 압박정책 구사 주장도 북한이 협상과정에서 보였던 약속 불이행에 따른 경험을 되밟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의 의미가 크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 북한이 현재 북핵 불능화 등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북핵 2차위기의 원인이었던 HEU(고농축 우라늄)와 핵무기는 건들지도 않았고,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역시 불능화를 못한 상황”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윈원도 “과거 민주당의 대북정책을 실패했다고 보는 공화당이 ‘북한은 이렇다’, UEP와 핵확산 의혹 등에 대한 공화당 입장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결국 북핵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오바마 측은 북한과 ‘직접적이고 터프한(Direct and Tough)’ 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아직까지 핵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북한이 ‘살라미 전술’과 ‘벼랑끝 전술’ 등을 취할 경우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UEP와 핵확산 문제까지 부각될 경우 ‘직접대화’를 밝힌 오바마 행정부의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차기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이 주목된다.

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할 때 차기 미 국무부의 한반도 관련 정책은 ‘힐러리 클린턴 장관-윌리엄 번즈 정무차관-커트 캠벨 차관보’로 이어지는 라인과 신설될 ‘대북특사’의 북핵 해법이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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