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방위 대북압박 현실화 조짐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예상됐던 미국의 전방위 대북 압박이 실현될 조짐이다.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적용했다가 해제했던 각종 제재조치의 복원을 서두르는 한편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려는 계획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실험 준비설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는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클린턴 시절 풀었던 제재 곧 복원 전망 = 미 행정부는 지난 달 15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에 따른 후속 조치 차원에서 북미간 제네바 합의에 따라 1995년 해제했던 제재들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의 대가로 2000년 해제했던 제재들을 되살리는 방안을 조만간 공식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22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이후 미국이 1995년과 2000년 각각 해제했던 대북 제재조치를 복원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했고 현재 최고위층의 결정만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93~1994년 1차 북핵위기를 거친 뒤 북미 양국은 1994년 10월 북한이 흑연감속로를 동결하는 대신 미국은 경수로 및 중유를 제공하고 양국간 정치·경제적 관계정상화를 이룬다는 것을 골자로 한 제네바합의에 서명했다.

그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이듬해 1월 ▲대북 직통전화개설 허용 ▲양국 언론인들의 상대국 주재사무실 개설 허용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에 따른 금융거래 허용 ▲대북 경수로지원에 따른 금융거래의 사안별 허용 ▲미국 은행을 통한 북한과 제3국간 거래 허용 ▲미국 은행들의 북한 관련 금융자산 1천1백만달러 상당 동결해제 ▲미국 철강업체들의 북한산 마그네사이트수입 허용 ▲미국 통신회사들의 북한진출 허용 등 조치를 취했다.

이어 미국은 2000년 6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는데 대한 대가로 북한인에 대한 미국인의 송금과 북한산 상품 및 원자재 수입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상업적인 미 선박 및 항공기를 통한 승인된 화물의 북한 수송, 북미간 상업항공기 운항 등을 허가한 바 있다.

미국의 이같은 대규모 대북제재 복원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지만 미국이 북미 제네바합의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 약속 등 정치적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한 화해의 상징물들을 거두어 들인다는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돈줄 옥죄기도 가속화 = 이와 함께 미국의 대 북한 돈줄 옥죄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금융범죄담당 차관은 21일 “달러 위조 등과 같은 북한 정권의 불법 활동들로 볼 때 북한 자금 중 불법적인 것과 합법적인 것 간의 경계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며 “미국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 관련 계좌를 수취하는데 따른 위험성을 주의깊게 평가하도록 계속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비 차관은 앞서 지난 달 마카오 이외에 북한이 각종 대외무역 거래를 위한 은행계좌를 개설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방문, 북한과의 거래에 신중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한 바 있다.

그런 터에 합법자금과 불법자금간 차별을 두지 않는 레비 차관의 21일 발언은 전 세계를 향해 북한과는 모든 형태의 금융거래를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미국의 메시지로 읽힐 소지가 있다.

최근 중국은행이 미국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음에도 자진해서 마카오 지점의 북한계좌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진데서 보듯 미국의 이 같은 메시지가 갖는 파괴력은 북한의 대외 경제활동을 ‘반신불수’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록 지난 해 미 당국에 의해 ‘돈세탁 우려대상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방코 델타 아시아(BDA) 사례 처럼 미국이 당장 특정 금융기관에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북한과 거래하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택은 = 이처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미국의 압박 앞에 지난 달 28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계기로 ‘항전’ 의사를 분명히 한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 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세가 불리하다는 판단 아래 6자회담 복귀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버티기’ 또는 추가적인 실력행사를 도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언론을 통해 제기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현실화할 지가 당분간 주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북한 입장에서 양자대화에 응하지 않는 미국을 향해 최후의 승부수를 던진다는 차원에서 핵실험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에 나오게 할 수 있는 각종 외교적 아이디어가 대부분 소모된 지금 사태악화를 방지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어 고심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로서는 다양한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회담 재개를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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