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단 대북압박…北核절박성 떨어졌나

북핵 6자회담 재개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 조치와 발언이 잇따르고 있어 미국의 대북 현안 순위에서 북핵문제가 차지했던 ‘지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핵문제와 불법행위.인권 등을 별도 트랙에서 취급하려는 미국의 정책 기조는 일관된 것이며 각기 다른 트랙에서 진행중이던 대북 사안들이 최근 들어 성과물을 내고 있을 뿐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탈북자.노동문제 등에서 대북 압박 조치 잇따라 = 미국 백악관, 재무부, 의회 등에서 북한이 압력을 느낄 수 있는 조치와 발언이 다양한 사안에 걸쳐 나오고 있다.

이달 30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북한의 WMD 확산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스위스 공업물자 도매회사인 ‘코하스AG’의 미국내 모든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제이 레코프위츠 미 대북인권특사는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인권관련 토론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권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같은 날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이 탈북 여성 김춘희(가명)씨를 강제 북송한 것을 비난하고 김씨의 안녕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등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또 미 상원 법사위는 이달 27일 불량국가의 WMD 프로그램이나 위폐 등 조직범죄 활동에 관한 중요 정보를 제공하는 외국인에게 비이민 비자를 발급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미국의 북핵 우선시 기조에 변화 있나 = 미국발 대북 압박성 발언과 조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미국이 그간 북핵문제에 뒀던 대북 정책 우선순위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천영우(千英宇)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발언 속에서도 미국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일부 감지된다.

천 대표는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3월26일 “미국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함께 북한이 계속 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에 대비해 ‘방어적 조치’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미국은 3월7일 뉴욕접촉에서 회담에 복귀할 명분과 기회를 주었는데도 북한이 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 9.19 공동성명에 나타난 북한의 핵포기 공약을 신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미 행정부 내에서 6자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압박 조치들이 잇따르면서 ‘한반도에 미묘한 정세변화가 있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이 장관은 자신의 ‘미묘한 정세변화’ 언급과 관련, “미국에서 북핵에 우선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핵문제 하나가 아니라 북한의 개방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고 인권대화도 같이 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도 있다”고 설명, 북핵 해결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에둘러 전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미국이 북핵문제는 9.19 공동성명의 틀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매달리지 않으려는 것 같다”면서 “북한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 아래 인권.위폐.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등에 걸쳐 대북 압박을 전면화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정부 “미국 정책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 북한.미국 등과 함께 북핵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우리 정부 당국은 최근 대북 압박 조치들이 어떤 다른 의도 속에 나오는 것은 아니며 또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3월22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인권. 북핵.미사일 등 전체적인 틀 내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경우에 따라서 계기별로 진행되는 과정이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해 최근 미측의 북한 관련 조치 및 발언들이 정책의 변화를 반영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31일 “미국이 대북 압박의도를 갖고 동시다발적으로 어떤 조치나 발언을 내놓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사안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 같지만 대부분 미 행정부 각 영역에서 과거부터 진행해 오던 사안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들로, 새롭게 제기되는 이슈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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